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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SBS 스페셜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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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꽃 같다.


사무실에 있는 카메라를 가져와서 찍을까 했다.


하지만, 이불 밖은 위험하다. 



뒹굴뒹굴하다가 SBS 스페셜을 봤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진다. 


살아남은 친구들의 '죄송합니다.'



기본적으로 세월호는 교통사고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정부부처가 어쨌건, 해경이 어쨌건 그건 이면에 있던 문제였고 어쨌든 간에 교통사고 중에 하나니까. 자식 잃은 슬픔을 달랠 길이 있겠느냐마는 보상도 받고.


새벽에 뺑소니 당한 내 친구 상우는 보상은 커녕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다. 뺑소니라고 추정할 뿐이지. 그땐 블랙박스는 커녕 폰카도 신기할 때였다. 


딴소리를 했는데... 살아남은 그들이 짊어지는 슬픔, 지지 않아도 되는데 지어야만 하는 죄책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깨에 얹은 미안함이 너무 가슴 아팠다. 사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 세월호를 담아낸 아주 훌륭한 방송이었다. 


진짜 졸업여행처럼 즐겁게 웃은 그들. '떠났으나 어디에도 도착할 수 없었던... 비로소 수학여행을 마쳤다.'라는 나레이션이 너무 가슴에 와 닿는다. 애써 담담한 유가족들의 표정도 감명깊다. 수정이 엄마는 오죽했으면 살아남은 그 학생을 볼 용기가 안 났다고 했을까...


가치 판단 없이 담담히 담아낸 영상. 세월호를 이용하지 않고 지극히 개인에 포커스를 맞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졸업생들. 간만에 TV키길 잘했다. 


'어른이 미안하다'라는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이를 이용하면서 감정을 파는 게 아니라 지금을 사는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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