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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드뚝섬

임진각. 그 세글자를 보러가는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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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부터 임진각에 가고 싶었다.

임진각이란 글씨 밑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고

철책선을 따라 달리는 평화누리길이 궁금했고

얼마전 개통되었다는 행주대교자전거 길을 가보고 싶었다.

궁도장

오늘도 출발점은 역시나 청계천과 중랑천이 합쳐지는 살곶이다리.

살곶이 다리라는 이름 답게 궁도장이 조성되어있다.

이곳에서 아리수를 빠방히 채우고 출발한다.

중랑천

밤새내린 비로 중랑천은 흙탕물이 되어있었고 수량도 제법 많아져 있었다.


임진각이 가고 싶어서 GPS로그와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최 뭔말인지 몰라 무작정 나오고 봤다.

행주대교에서 50km라고 했으니 집에서 넉넉잡고 4시간이면 충분 할 거 같아 해지기 전에 도착하기로 계획을 잡고 3시쯤에 나오려 했으나 게으름을 부리다 4시가 다되어 나온다.

난지공원

역풍이 상당히 강하게 불었는데 미니벨로 단체라이딩 하시는 분들 뒤에 눈치껏 따라간다.

설렁설렁 타는데도 불구하고 24~25km/h를 기록한다.

부럽다... 나도 누군가와 같이 탈 수 있었으면...


아쉽게도 단체라이딩 행렬은 성산대교에서 멈췄다.

홍제천과의 합수를 지나면 초행길이 시작된다.

이 때만 해도 발걸음은 가벼웠지...

난지교를 기점으로 서울 밖으로 벗어난다.

하늘에 경비행기가 심심찮게 보이는 걸로 봐서 아마 근처에 항공대가 있나보다.

북괴를 위한 선물

난지교를 지나면 자장구를 세차해주고 정비해주는 노점(?)이 두군데가 있다.

신기했다. 스프라켓과 체인 청소를 해준다고 했다.


밤새 내린 비의 여파인지 잠긴 길들이 많았고,

지난 장마의 영향인지 파손된 구조물도 많았다.

참 몰상식하다..

어느덧 창릉천에 진입한다.

얼마전 뉴스에서 본 새로 개통한 자전거 길이 여기 어딜텐데라며 두리번 거려본다.

뭐 없으면 창릉천 한바퀴 돌아서 건너가지라는 생각을 하던 찰라 작은 다리가 나오고

그뒤에 평화누리길 현장사무소가 있다.


옳타구나 이게 평화누리길이구나 하며 진입한다.

창릉천다리

아쉽게도 아직 조성중인지 온통 자갈밭에 진흙탕이었다.

자전거의 타이어가 걱정될 정도로 울퉁불퉁했다.


행주산성입구까지 일반도로를 타고 간다.

GPS로그 볼 때도 헷갈렸는데 실제로 봐도 잘모르겠어서 행주산성 입구에 음식점들이 나올 때 북서방향으로 방향을 잡고 일반도로로 빠졌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보고 싶었던 철조망이 설치된 쭉뻗은 길은 보이지 않고 어느새 국도를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

집에와서 확인해보니 39번 국도였다.

행주산성을 못간 아쉬움을 이것으로나마...

여차 저차 일산 호수공원에 도착한다.

재수 할 때 일산에 사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애향심이 어마어마해서 일산짱을 입에 달고 다녔었다.

그 녀석이 생각났다.ㅎ


일산은 참 자전거 도로가 잘되어있었다.

자전거 도로가 없어도 횡단가능한 횡단보도가 있었고 도로가 참 질서정연했다.


신기했던건 다들 똑같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아마 시에서 빌리는 자전거 같았다.

이리오너라!

내가 언제 호수공원을 와보겠어 하며 사진을 몇장 찍어본다.

내가 찍으려니까 꺼져버린 분수..ㅡㅡ;

블로그로 검색했을 때 호수공원에서 평화누리 길로 나가는길이 있다고 본거 같은데...

공원내 조성된 자전거 길을 타면 한바퀴를 돌게된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평화누리길? 그게 뭥미? 이런 반응만 돌아온다.

양갱을 먹으니 나도 뭔가 라이더가 된 기분

호수공원에 오면 식수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피같은 700원짜리 두개로 자판기에서 물을 구입한다.

저녁식사는 집에서 가져나온 양갱.


일단 에너지 보충을 하고 네이버지도에서 자전거도로를 검색해본다.

그런데 일산한강쪽에는 그런게 없다...ㅡㅡ;

난 이때까지만 해도 네이버지도에 길찾기 기능이 있는줄 몰랐다...

노래하는 분수

용후가 그렇게 자랑하던 노래하는 분수 앞에서 고민을 해본다.

현재시각 6시.

길도 모르는데 임진각까지 가기는 부담스러운데다가, 여친님께서 하트까지 찍으시며 돌아오라고 한다.

하지만 양갱까지 먹었는데 그냥 돌아가기는 쑥쓰러워 강이 있을 거 같은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고 무작정 가보기로 한다.


이젠...

빼도박도 못하고 임진각찍고 문산역에서 점프뛰어야된다.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다.

우워. 옥상에. 놀랍구먼

한류월드란 표지판이있길레 따라가봤다.

허허벌판 공사장이다. 젠장

KINTEX

문산이라는 차량 이정표를 보고 따라가니 킨텍스등장.

흡사 비행기모습을 닮았다.

노을이 제법 운치있다

킨텍스를 지나 북서쪽을 향해 달린다.

주위엔 아무것도 없다.

밭과 비닐 하우스.

슬슬 걱정이 된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는건가?

반갑다! 자유로

자유로 근처에 와서 손벽을 딱 쳤다.

어느 블로그에서 자유로를 따라 조성되있는 자전거길을 타고 임진각으로 간걸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로를 바라보며 달리니

자전거 도로가 똭!

자유로 귀신이 나타나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기뻣다.


이때가 6시 50분.

1시간 가량을 해맸다.ㅡㅜ

자전거 도로랍시고 엄청난 턱을 만들어놓았다.

잘 빠진 길로 신나게 달리다 보면 어느덧 파주다.

파주출판도시

파주출판도시에 도착한다.

남들은 예쁜 건물도 찍고 그러던데 난 또 길을 잘못들었나 보다.

집에와서 로그를 확인하니 출판도시를 가로지르지 않고 자유로옆으로 달렸더라.


인쇄소앞에 지나갈 때 풍기는 책냄새는 너무너무 좋았다.

파주 아울렛

덕분에 파주아울렛앞으로 지나가지 않고 멀지감치에서 보는 것에 만족했다.

아울렛 어떻게 생긴건지 한번 보고 싶었는데...

철책선과 자유로 그리고 자전거도로

차량과 함께 도로를 이용하지만 굉장히 잘빠진 도로다.

철책선과 바쁘게 오가는 차량들. 그리고 자전거. 오묘하게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더불어 여기서부터 오두산 통일전망대까지 자전거는 물론이고 운전자를 제외한 사람은 단 한명도 볼 수 없었다.

철책선

철책선을 보니 북쪽으로 많이 올라오긴 했구나라는 생각이든다.

거의 다 넘어간 석양에 펼쳐진 초병의 실루엣은 상당히 강렬했다.


고생해라.

군대있을 때가 난 제일 좋았던거 같다.

송촌교

송촌교를 보니 반가웠다.

어떤 블로그에서 본거거든..ㅎ


다리를 건너 좌회전하면 드디어 통일동산이라는 이정표가 등장한다.

파주NFC

한참을 달리다보니 말로만 듣던 파주 NFC가 보인다.

오오. 여기가 그곳이군.


헤이리마을 부터 임진각까지는 일반도로를 타고 가야된다는데 헤이리도 못온 지금 벌써 해가 져버렸다.

하지만 어쩔도리가 없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문산까지는 가야 지하철을 탈 수 있으니까.

오두산 통일 전망대

저 멀리서 부터 보이던 산위에 있는 건물이 통일전망대였다.

철원에 있는 전망대 들어 갈 땐 신원은 물론이고 차량 내부까지 임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이곳도 상당히 적군과 거리가 가까운 곳.

헤이리 입구

통일전망대를 지나면 쌩뚱맞게 모텔촌이 등장한다.

특이하게도 대부분 무인텔이던데 근처 군부대가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헤이리가 연인들의 관광지로 떠올랐던 때에 생긴건가.


계속 어둠속을 달려오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을 만나니 반갑다.

헤이리

원래는 헤이리도 구경할 계획이었으나 해도 지고 연인들도 많이 보이길래 그냥 지나친다.

다음번에 여자친구랑 한번 오기로 마음 먹었다.

조명탄이 불타고 있다

헤이리를 지나 문산으로 가는 길에 몇번의 업힐이 기다리고 있다.

양갱의 힘으로 헤쳐나간다.


조명탄이 터진다.

난 뭔 일이 생겼는줄 알고 만약에 전시동원이 되면 난 여기서 어떻게 가야하나하는 쓸때없는 걱정을 한다.


아까 파주NFC에서 문산 20Km라고 적혀있었는데 나오지가 않아 조바심이 난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359 지방도로를 따라 계속간다.

솔직히 무섭다.

제법 길었던 업힐끝에 문산읍이라는 이정표가 서있다.

거리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원래 처음가는 길은 멀어보이니깐 ㅎㅎ;


드디어 문산이다!

이 후로 상당히 긴 다운힐이 이어진다.

오르막을 내리막으로 보상받는 기분.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이정류소에 다음 정류소는 문산시내라고 적혀있다.

문산도 좀 큰가보다.


달리다보니 저 멀리 아파트 불빛들이 보인다.

오오.

저기가 문산이구나.


문산시내를 통과해 반구정쪽으로 달리면 임진각 라이딩 포스팅에 항상 등장하는 자유로 휴게소가 나타난다.

그리고 직진하면 임진각으로 가는 길.


정말 가로등하나 없다.

산속으로 나있는길.

진짜 무섭다.

보름달이 아니었으면 정말로 더 칠흙같았겠지.

오랜만에 오싹하다는 기분을 느껴본다.

이렇게 임진각까지 어둠속에서 달린다.

누군가와 같이 라이딩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렇게 간절한경우는 처음이다.

무서웠다.

드디어 도착!

평화누리공원에 드디어 도착했지만...

이곳도 어둡고 인적없기는 매한가지.


난 여기에 오면 바로 내가 원하는 사진장소가 있는줄 알았는데 평화누리란 네온사인과 식수대만 덩그러니 있다.

일단 물을 채우고 안내판을 보니 저쪽에 임진각이 있다.

이 사진을 찍고 싶었어!!!

주차장을 지나 임진각으로 가니 내가 원하는 그 장소가 드디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걸 보겠다는 일념하나로 자전거를 타고 왔다.

차를 타고 손쉽게 올 수도 

지하철을 타고 소풍오는 기분으로 올 수도 있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뿌듯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기관차도 보고싶었고, 자유의 다리도 보고싶었고, 사람모양의 구조물들도 보고 싶었는데.

다음엔 샤방하게 교통편을 이용해와서 꼭 구경하리라 다짐했다.

내가 왕십리언이다!

다시 문산시내로 돌아가는데

아까는 길게만 느껴졌던 길들이 정말 짧게 슉슉 지나간다.

그렇게 무서워하며 길게 느껴졌던 길이란 말인가.

원효대사의 말씀이 불현듯 떠올랐지만 이내 허기짐이 그 생각을 밀어냈다.


시내에서도 지긋지긋한 언덕을 오르니 왕십리 공창집이 있더라.

문산에서 만나는 우리집같은 편안함ㅋㅋㅋ

가는길에 치킨집은 왤케 많은 거니. 

문산역

드디어 도착한 문산역.

다행히 10시 이전에 도착해서 집에가는덴 문제가 없었다.


열차가 두개가 나란히 있었는데

하나는 공덕행 하나는 서울역행.

난 서울역행이 급행인줄 알고 탔으나..

알고보니 경의선은 종착지가 서울역과 공덕역 두개로 나눠져있었다.

덕분에 9시 47분에 출발하는 공덕행을 보내고 10시7분에 출발하는 서울역행을 탔다.

더구나 공덕행은 급행이었다.ㅡㅜ

자전거 거치대

맨끝칸에 탔는데 자전거 거치대가 있어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경의선

힘들게 왔던 길을 이렇게 쉽고 간단하고 빠르게 가다니.

금촌댁네 사람들과 한양대 금룡이 생각난다.

????????

픽시로 가볼까...

백마역에서 한 무리의 라이더들이 타는데 보니 픽시들이었다.

어떤 픽시는 손잡이에다가 안장을 걸어 놓기도 했다.

그러자 그 중 대장처럼 보이는 이가 내려놓으며, 

"이러니까 싱글기어들이 욕먹는거 아냐."라고 했다.


땀을 흘리며 타다가 에어컨 밑에 앉아있던 나에게 분명 썩은내가 났을 텐데 

내옆에 앉은 픽시걸이 내색을 하지 않아 고마웠다.

거기다가 예쁘던데...

언젠가는 로드로 기변하려고 했는데 픽시도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을 잠시해봤다.

예쁜여자가 많더라.

역시 빕숏보다 핫팬츠지.

내리면 바로 플랫폼이 있다.

경의선 철도는 지하서울역과는 환승이 안된다.

뭐. 어차피 평일이라 서울역부터 집까지는 다시 라이딩을 해야하지만.

전쟁기념관

식었던 몸이 다시 달리니깐 문제가 생긴다.

특히 사타구니...ㅡㅡ;

젖었던 팬티와 반바지가 달릴때는 괜찮았는데 한번 식고나니까 따갑게 살갗을 스친다.

이래서 사람들이 빕숏빕숏이러는구나...


어쨌든 전쟁기념관을 지나 낮은 경사도의 업힐을 지나

녹사평과 이태원 사이엔 걸어다니는 외국인(미군?)이 많았다

내리막 한번

그리고 다시 반포대교쪽으로의 오르막을 오르면 드디어 잠수교로 진입하는 통로가 나온다.


난 거긴지 모르고 강변북로로 진출 할 뻔했다.ㄷㄷㄷ

반포대교 북단 지하통로.

삭막한 지하통로에 감성을 더한 감성지하도로ㅋ

잠수교로 진입하는 차도를 놓쳐서 어쩔 수 없이 걸어서 보행로로 한강으로 간다.

아! 드디어 한강이구나!!!!!

매우 익숙한 한강으로 돌아왔다.

오늘 달린 길도 태반이 한강옆인데 느낌이 많이 달랐다.


자전거 도로에 사람이 달리고

보행로에는 사람이 걷는다.

어둠과 함께, 쌩쌩달리는 차와 함께 달리던 지난 몇 시간이 몇 일전 같게 느껴졌다.


행주대교 넘어서 보이는 자전거의 99프로는 MTB였는데 로드도 보이고 손놓고 타는 학생들도 보이는걸로 봐선 정말 한강이 맞나보다.

고생했어. 뚜르드뚝섬

오늘 진흙탕도 뒤집어쓰고 100km넘게 주행하느라 수고한 나의 r7 뚜르드 뚝섬에게 고마움을...

주인 잘못만나서 너도 참 힘들겠다.ㅎ

다른 주인이었으면 기껏해야 마실용일텐데.

내일 깨끗히 목욕시켜줄게. 잘자구.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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