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장 변경의 검
새벽 일찍 정착지 안쪽에서 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카바티는 잠에서 깨어 그쪽으로 갔다. 다른 자들도 깨어 따라왔다. 칼라크만은 모닥불에서 멀리 떨어진 그녀의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끓는 몸은 잠을 적게 잤다. 그녀는 이미 깨어 있었다.
칼 부딪치는 소리는 싸움의 소리가 아니었다.
수업의 소리였다.
정착지의 한쪽에 풀이 다진 마당이 있었고, 거기서 한 남자가 어린 티플링들에게 칼을 가르치고 있었다. 남자는 인간이었다. 검은 피부에 짧은 머리, 한쪽 눈에는 눈이 없고 그 자리에 돌이 박혀 있었다. 돌은 빛났다. 엘드리치의 빛이었다. 그 한쪽 눈은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남자는 어린아이들의 동작을 하나씩 잡아 주고 있었다. 손목의 각도를, 발의 자세를, 칼끝의 방향을. 가르치는 자의 자세에는 인내가 있었다. 그러나 인내는 표면이었다. 표면 아래에서 그는 다른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것은 칼의 자세가 아니라, 살아남는 자의 자세였다.
매춘굴에서 자란 바드는 그것을 알았다. 사람은 표면의 일을 가르치면서 표면 아래의 일을 가르친다. 표면 아래의 일은 가르치는 자가 자신을 가르친 자에게서 받은 것이다. 이 남자는 누군가에게서 살아남는 자세를 받은 자였다. 받은 자세를 다른 어린아이에게 넘기고 있었다.
수카바티는 그를 한참 보았다.
남자가 그녀를 알아챘다.
"객이오?"
남자가 물었다.
"그렇소."
"잠시 기다려 주시오. 한 동작을 마저 가르치고 가겠소."
"그리하시오."
남자는 한 어린 티플링의 손목을 한 번 더 잡아 주었다. 손목을 잡는 손가락에 강함은 없었다. 강함은 손목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칼끝에 필요한 것이었다. 손목은 부드러워야 했다. 부드러워야 칼이 갈 곳을 찾았다. 매춘굴의 류트가 그러했다. 손목이 부드러워야 줄이 울었다.
수업이 끝났다. 어린 티플링들이 흩어졌다. 남자가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한쪽 돌눈이 더 또렷이 빛났다. 빛은 사람을 보는 빛이었으나 사람을 위해 보는 빛은 아니었다. 다른 자가 그 눈으로 보고 있었다.
수카바티는 그것도 알았다. 매춘굴에서 손님 중에는 다른 자의 눈으로 보는 자가 있었다. 워록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거래자에게 한쪽 눈을 빌려주고,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그러한 자들은 늘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사람을 보았다. 이 남자도 비스듬하게 보고 있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수카바티가 물었다.
"윌이오. 변경의 검이라 불리오."
"변경의 검."
"변경에서 사람들을 지키는 일을 했소. 검을 좀 다루오."
"한쪽 눈은."
"한쪽 눈은 빌려준 것이오. 거래의 대가로."
"누구에게."
"미조라라는 이름의 인페르노의 한 명에게."
윌은 그것을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가벼운 말투는 가볍지 않은 일을 말할 때의 말투였다. 매춘굴의 손님들이 그러했다. 자신의 가장 무거운 일을 말할 때 그들은 가장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덮으려는 것이었다. 덮인 것은 사라지지 않으나, 잠시 보이지 않는다. 잠시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견딘다.
"왜 거래를 했소."
수카바티가 물었다.
"긴 이야기요."
"긴 이야기를 듣고 싶소."
윌은 잠시 머뭇거렸다.
"부인. 처음 보는 자에게 자기 일생을 말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요. 미친 사람이거나, 외로운 사람이거나."
"당신은 어느 쪽이오."
"외로운 쪽이오. 그러나 부인 같은 외인에게 일생을 말할 만큼 외롭지는 않소."
"그러면 짧은 이야기로 하시오."
"짧게 말하면, 한 용이 발더스게이트를 공격하려고 했소. 사람을 살리려고 거래를 했소. 거래는 하루의 일이었으나, 대가는 평생이오. 그것이 짧은 이야기요."
수카바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춘굴에서 나쁜 거래를 흔히 보았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다른 모든 것을 거는 거래. 그것은 종종 좋은 거래였다. 종종 나쁜 거래였다. 좋은지 나쁜지를 결정하는 것은 거래의 내용이 아니라 거래 후의 시간이었다. 거래 후의 시간이 견딜 만하면 좋은 거래였고, 견딜 수 없으면 나쁜 거래였다.
"머리속에 무엇이 있는지 보겠소?"
수카바티가 물었다.
윌은 잠시 그녀를 보았다. 보는 눈에 의심이 있었다.
"왜 그것을 묻소."
"우리 모두 같은 것이 있소. 머리속에. 일리시드의 새끼요. 같이 갈 길을 찾는 중이오."
윌은 한 손을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짚었다. 짚은 손가락이 멈추었다. 짚어 보지 않아도 그는 알고 있었다. 그곳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매춘굴의 손님들도 그러했다. 자신의 가장 큰 병을 그들은 손가락 한 번 짚지 않아도 알았다.
"있소."
윌이 말했다.
"같이 가시오."
"가야 할 곳이 있소. 변경의 검은 변경에 있어야 하오."
"변경에 있으면 머리속의 것이 자라오. 자라면 당신은 더 이상 변경의 칼이 아니오. 다른 무엇이오."
윌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한 번 웃었다. 웃음에 쓸쓸함이 있었다. 쓸쓸함은 표면이었으나, 그 표면 아래에 결정이 있었다. 결정은 한 번에 내려졌다.
"같이 가겠소."
윌이 말했다.
"좋소."
수카바티가 답했다.
레이젤이 그녀의 옆에 다가왔다. 동행이 또 늘어난 것에 대한 불만은 이제 그녀의 얼굴에 보이지 않았다. 보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일곱 명이 되었군."
레이젤이 작게 말했다.
"많은가."
"많다. 그러나 적은 것은 아니다."
라젤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짐승은 짐승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길 위의 짐승의 수가 많아지면, 어느 짐승이 어느 짐승을 죽일지의 계산이 복잡해진다. 라젤의 머리속에서 그 계산이 한 번 돌아갔을 것이었다.
수카바티는 그 계산을 보지 못한 척했다. 보지 못한 척하는 것이 매춘굴의 예의였다.
오전에 일행은 정착지의 광장에 모였다.
광장의 가운데에 카가가 서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다른 드루이드들이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제블로어와 티플링들이 있었다. 두 무리는 서로를 보고 있었으나, 서로를 보지 않으려 했다. 그러한 시선은 매춘굴에서 흔히 보았다. 같은 방에 있어야 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보지 않으려 할 때 그러한 시선이었다.
코가가 입을 열었다.
"드루이드의 의식이 있다. 오늘 밤이다. 의식 동안 정착지의 문은 닫힌다. 닫힌 문 안에는 드루이드만 남는다. 객은 모두 떠나야 한다."
티플링들 사이에 동요가 일었다. 한 티플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코가, 우리는 발더스 게이트로 가는 길이오. 길에는 고블린이 있소. 의식은 며칠만 미루어 줄 수 없겠소."
"드루이드의 의식은 미루어지지 않는다. 자연의 일은 사람의 시간에 따르지 않는다."
"우리도 자연의 일이오. 우리는 살아 있는 자들이오."
"너희는 자연의 것이 아니다. 너희는 인페르노의 후손이다. 너희를 정착지 안에 둔 것은 자비였다. 자비는 영원하지 않다."
티플링이 답하지 않았다. 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답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 것이었다.
수카바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고블린의 본거지를 부수면 길이 열리오."
그녀가 말했다. 광장의 모든 자들이 그녀를 보았다.
"부수겠다는 말이오?"
코가가 물었다.
"부수겠소."
"몇이서."
"일곱이오."
카가는 잠시 수카바티를 보았다. 비웃음의 눈은 아니었다. 평가의 눈이었다. 코가는 사람을 평가하는 데에 익숙한 자였다. 그녀의 평가가 끝나는 데에 한 호흡이 걸렸다.
"부수면 정착지의 문은 다시 열린다. 부수지 못하면 의식 후에도 문은 닫힌 채로 남는다."
코가가 말했다.
"그리하시오."
수카바티가 답했다.
광장 한쪽에서 한 드루이드가 수카바티에게 다가왔다.
남자였다. 얼굴이 젊지 않았다. 머리에 흰 가닥이 섞여 있었다.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코가는 드루이드의 일을 잘못 보고 있소. 자연의 길은 닫히는 길이 아니라 열리는 길이오. 그녀는 두려움 때문에 닫고 있소. 두려움은 드루이드의 일이 아니오."
남자가 말했다.
"왜 나에게 말하시오."
수카바티가 물었다.
"부인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요. 코가의 길은 잘못이오. 그러나 그것을 코가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정착지 안에 없소. 모두 그녀를 두려워하오.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부인과 부인의 일행뿐이오."
수카바티는 그를 보았다.
"고블린의 본거지를 부수면 코가는 어떻게 되오."
"코가는 그것을 신호로 받을 것이오. 자연의 일을 잘못 보았다는 신호로. 그녀는 물러설 것이오. 그녀가 물러서면 정착지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오."
수카바티는 잠시 그를 더 보았다.
매춘굴에서 자란 바드는 사람의 말 뒤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이 드루이드 남자의 말 뒤에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은 그가 코가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무엇인가였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노리는 자가 옳은 자일 수도 있었다. 매춘굴의 주인 자리를 노리는 자가 종종 옳은 자였다. 그가 옳지 않다면, 이전의 주인이 옳을 이유도 없었다.
수카바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해 두지."
그녀가 답했다.
남자는 물러섰다. 물러서는 동작에 만족이 있었다. 그러나 만족도 표면일 뿐이었다.
오후에 일행은 정착지를 떠났다.
광장의 한쪽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그들을 보고 있었다. 어제 늪 앞에서 만났던 그 여자아이였다. 그녀의 옆에 오빠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가까이 서 있었다.
여자아이가 수카바티를 향해 한 손을 흔들었다.
수카바티는 그 손을 보았다. 흔드는 손에는 어린아이의 손이 있었으나, 어린아이의 마음은 없었다. 매춘굴의 어린아이들이 그러한 손으로 어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른이 살아 돌아오면 다시 손을 흔들고, 살아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어른에게 손을 흔들었다.
수카바티는 그 손에 답례를 했다. 류트가 없는 바드는 손으로만 답할 수 있었다. 손을 한 번 들었다 내렸다.
"가자."
그녀가 말했다.
일곱 사람은 그로브를 떠났다.
문이 닫혔다. 닫히는 소리가 컸다. 다시 열릴지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으나 가야 했다. 매춘굴에서 자란 바드는 알 수 없는 일을 해야 할 때 가는 법을 안다.
그녀는 가는 자였다.
해가 질 무렵에 그들은 무너진 다리에 도착했다.
다리 너머에 고블린의 본거지가 있다고 했다. 본거지는 옛 셀루네의 신전이었다. 신전은 폐허였고, 폐허에는 고블린이 가득하다고 했다. 가득하다는 말은 셀 수 없다는 뜻이었다. 셀 수 없는 적을 일곱 사람으로 부수기는 어려웠다.
"잠입해야 하오."
윌이 말했다.
"어떻게."
"고블린은 어리석소. 그러나 어리석은 자는 기쁘게 한 자에게는 친절하오. 우리가 같은 편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들여보내 줄 것이오."
"같은 편."
"압솔루트의 신도라고 하면 되오. 그자들은 압솔루트라는 자에게 신앙을 바치고 있소. 우리도 그자에게 신앙을 바친 척하면 되오."
수카바티는 잠시 생각했다.
압솔루트라는 이름은 어제 사제의 일기에서 본 적이 있었다. 죽은 세 신과 자라는 자식. 그 자식 중의 하나가 압솔루트일지도 몰랐다. 알 수 없었으나, 알 수 없는 채로 그 이름을 입에 올려야 했다.
"좋소. 그렇게 하시오."
수카바티가 말했다.
"부인은 거짓말을 잘 하시오?"
윌이 물었다.
"매춘굴에서 자란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의 종류가 있다. 사람을 살리는 거짓말과 사람을 죽이는 거짓말. 둘은 다르다."
"이 거짓말은 어느 쪽이오."
"우리를 살리는 거짓말이다. 그러므로 좋은 거짓말이다."
윌은 한 번 웃었다. 가벼운 웃음이었다. 그러나 그 웃음 아래에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을 묻지는 않았다.
밤이 왔다. 일곱 사람은 다리를 건넜다. 신전의 검은 윤곽이 멀리 보였다. 검은 윤곽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채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