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장 불의 여자
늪을 지나야 했다.
늪은 깊지 않았으나 발이 빠졌다. 한 걸음을 디딜 때마다 진흙이 발목을 잡았다. 진흙은 사람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매춘굴에서 손님이 진흙 같았다. 한 번 빠지면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수카바티는 그것을 알았기에, 진흙을 디딜 때마다 발목을 곧 빼냈다. 빼내지 않으면 깊이 빠졌다.
티플링 여자아이는 늪 앞에서 멈추었다.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오빠는 저 너머로 갔어요. 늪 다음의 마을이에요."
여자아이가 말했다.
"마을은 어떤 마을인가."
"버려진 마을이에요.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 고블린들이 가끔 머문다고 했어요."
"고블린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왜 갔는가."
"오빠는 늘 그래요. 한 번 결정하면 듣지 않아요."
수카바티는 여자아이를 보았다. 어린 얼굴에 늙은 표정이 있었다. 이러한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거나, 어른이 되기 전에 죽었다. 둘 사이에 다른 길은 거의 없었다.
"여기서 기다려라. 곧 데리고 오겠다."
수카바티가 말했다.
여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는 동작에 큰 기대가 없었다. 매춘굴의 어린아이들이 어른의 약속을 듣는 얼굴이었다. 약속은 어른의 일이었고, 어린아이의 일은 그 약속이 깨지는 것을 견디는 것이었다.
다섯 사람은 늪을 건넜다.
버려진 마을은 늪 너머에 있었다.
집들은 무너져 있었고, 지붕은 풀로 덮였다. 길은 좁았고, 길 위에 고블린의 발자국이 있었다. 발자국은 얼마 되지 않은 것이었다. 한두 시간 전에 지나간 발자국이었다.
"고블린이 가까이 있다."
레이젤이 말했다.
"몇이나."
수카바티가 물었다.
"발자국으로 보아 다섯에서 일곱."
"마을의 어디에."
"중앙의 광장 쪽."
"그쪽에 그 오빠라는 자도 있겠군."
"그럴 것이다."
수카바티는 잠시 생각했다.
다섯 명에서 일곱 명의 고블린은 다섯 사람의 일행이 처리할 수 있는 수였다. 그러나 광장에서 처리하면 비명이 멀리 갈 것이고, 비명을 들은 다른 고블린들이 모일 것이었다. 본거지가 가까이 있다고 했다. 본거지의 고블린들이 모이면 다섯 사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가 될 것이었다.
"하나씩 처리한다."
수카바티가 말했다.
"하나씩."
레이젤이 되물었다.
"광장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광장 가까이에서 하나씩 끌어낸다. 끌어내서 조용히 죽인다. 비명이 가지 않게."
"바드의 머리는 칼의 머리와 다르군."
레이젤이 말했다. 비웃음의 말투는 아니었다. 평가의 말투였다.
"같이 가지."
수카바티가 답했다.
첫 고블린은 마을 한쪽 구석에서 오줌을 누고 있었다.
아스타리온이 뒤에서 다가갔다. 단검이 한 번 움직였다. 고블린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쓰러지는 몸을 아스타리온이 받았다. 받아서 풀숲에 눕혔다. 풀숲에 누이는 동작이 손에 익어 있었다. 한두 번 해 본 동작이 아니었다.
"이 일도 매춘굴에서 배웠소."
수카바티가 작게 말했다.
"음, 부인이 매춘굴에서 한 일과 내가 한 일이 같지는 않을 것이오."
아스타리온이 답했다.
"같은 일도 있겠지."
"있을지도 모르오."
두 번째 고블린은 무너진 집의 안에 있었다. 술을 마시고 있었다. 레이젤이 그놈의 입을 손으로 막고, 칼로 가슴을 찔렀다. 입을 막힌 고블린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죽었다. 레이젤은 시체를 의자에 앉혀 두었다. 술병을 그놈의 손에 다시 쥐여 주었다. 멀리서 보면 잠든 자처럼 보였다.
"네 일도 손에 익어 있군."
수카바티가 말했다.
"기쓰의 어린아이는 일곱 살에 칼을 잡는다. 일곱 살에 사람을 죽인다. 죽이는 것이 손에 익는 데에 십 년이 걸리지 않는다."
"일곱 살에."
"일곱 살에."
래이젤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수카바티도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사람마다 자라난 곳이 다르고, 자라난 곳마다 손에 익는 일이 달랐다. 매춘굴에서는 매춘굴의 일이 익었고, 기쓰의 부화소에서는 기쓰의 일이 익었다. 다른 곳에서 자란 자들끼리는 너무 깊이 묻지 않는 것이 예의였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고블린은 함께 있었다. 광장 가까이의 골목에서. 게일이 둘 사이에 빛을 한 번 내었다. 빛은 소리가 없었다. 둘은 동시에 쓰러졌다. 게일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흔드는 동작에 익숙함이 있었다. 게일도 손에 익은 일이 있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는 일만이 그의 일은 아니었다.
다섯 번째 고블린은 광장에 있었다. 한 사람을 지키고 있었다. 사람은 묶여 있었다. 머리에 뿔이 있었고, 키가 컸다. 티플링이었다. 어린 여자아이의 오빠인 듯했다.
수카바티는 신호를 보냈다. 레이젤이 광장으로 들어갔다.
레이젤이 들어가는 순간 일이 어긋났다.
광장의 다른 쪽에서 큰 발소리가 들렸다.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더 큰 무엇인가의 발소리였다. 짐승의 발소리도 아니었다. 둘 사이의 무엇인가였다.
광장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사람이 아니라 사람보다 큰 여자였다. 키가 컸고, 어깨가 넓었고, 머리에 두 개의 뿔이 있었다. 티플링이었다. 그러나 보통의 티플링이 아니었다. 피부가 붉었고, 그 피부에서 김이 올라왔다. 사람의 몸에서 김이 올라온다는 것은 사람의 몸이 사람의 온도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녀의 몸은 끓고 있었다.
손에 도끼가 있었다. 큰 도끼였다. 양손도끼였다.
여자가 입을 열었다. 입을 열자 입술이 갈라져 피가 났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고블린은 내 거다."
여자가 말했다.
목소리가 컸다. 광장 안의 모든 자들이 그녀를 보았다. 다섯 번째 고블린도 그녀를 보았다. 보다가, 도끼에 머리가 잘렸다. 잘리는 데에 한 호흡도 걸리지 않았다.
여자는 도끼를 어깨에 메고 일행을 보았다.
"너희는 뭐냐."
여자가 물었다.
레이젤이 칼을 들었다. 들었으나 베지는 않았다. 베어 봐야 베이지 않을 것 같은 상대였다.
"고블린을 죽이러 왔다."
수카바티가 말했다.
"같은 편이군."
여자가 말했다.
"그런 셈이다."
"이름은."
"수카바티."
"나는 칼라크다."
칼라크는 묶여 있는 티플링 남자에게 다가갔다. 도끼로 밧줄을 잘랐다. 잘리는 데에 한 호흡이 걸렸다. 남자는 일어섰다. 일어선 채로 멍하니 칼라크를 보았다. 그녀의 몸에서 올라오는 김을 보았다.
"고맙소. 그러나—"
"가만히 있어라. 내가 너를 만지면 너는 탄다. 멀리 가라."
남자는 멀리 갔다. 그녀의 말이 명령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몸 가까이에 손을 댄 풀잎이 검게 시들었다. 풀잎도 그러한데 사람은 더할 것이었다.
수카바티는 칼라크를 보았다.
"왜 끓는가."
그녀가 물었다.
칼라크는 잠시 답하지 않았다. 도끼를 다시 어깨에 메었다. 그러고는 한 번 웃었다. 웃음에 가벼움이 있었으나, 그 가벼움 아래에 무거운 것이 있었다.
"내 가슴 안에 엔진이 있소. 인페르노의 엔진이오. 그것이 끓는 것이오. 내가 끓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끓고 있소."
"엔진은 어디에서 났는가."
"긴 이야기요."
"긴 이야기를 듣고 싶소."
"지금은 시간이 없소. 곧 날 쫓는 자들이 올 것이오. 그자들은 자칭 티르의 성기사라고 하지만, 티르의 성기사는 아니오. 그자들은 조키리스의 부하요. 조키리스는 인페르노의 한 명이오. 그놈이 나를 그놈의 영지에서 빼내 보낸 자들이오. 곧 올 것이오."
칼라크가 말을 마치기 전에 광장의 다른 쪽에서 갑옷의 소리가 들렸다.
세 명의 인간이 들어왔다. 갑옷을 입고 있었고, 갑옷에 티르의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칼라크의 말이 옳았다. 갑옷의 문장은 티르의 것이었으나, 사람들의 눈은 티르의 사제들의 눈이 아니었다. 티르의 사제들의 눈에는 정의가 있다고들 했다. 이 사람들의 눈에는 다른 것이 있었다. 사냥꾼의 눈이었다.
"그녀를 넘겨라."
가장 앞의 사람이 말했다.
"칼라크를."
"그녀는 인페르노의 도망자다. 우리가 데려간다."
"그녀는 우리의 동행이다."
수카바티가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한 자신을 잠시 의외로 여겼다. 칼라크와는 한 호흡 전에 처음 만났다. 그러나 매춘굴에서 자란 바드는 한 호흡으로 사람을 분류했다. 칼라크는 같은 길 위의 짐승이었다. 같은 길 위의 짐승은 다른 짐승의 사냥꾼에게 넘기지 않는다.
"비키시오."
사냥꾼이 말했다. 칼을 뽑았다.
다섯 사람이 동시에 칼을 들었다. 칼라크도 도끼를 들었다. 여섯 명의 일행이 세 명의 사냥꾼을 둘러쌌다.
사냥꾼들은 잠시 멈추었다. 한 명이 다른 두 명에게 무엇인가를 신호했다. 신호는 짧았다. 세 명이 동시에 돌아섰다. 도망쳤다. 도망치는 발이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다섯 사람은 쫓지 않았다.
"왜 쫓지 않소."
칼라크가 물었다.
"시간이 없다. 마을의 다른 고블린들이 곧 온다. 사냥꾼들은 다음에 만나도 늦지 않다."
"부인의 머리는 빠르오."
"매춘굴에서 자란 자의 머리는 빠르다."
칼라크는 그 말에 한 번 웃었다. 웃음이 진짜였다. 끓는 몸 안에서도 진짜 웃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수카바티는 그제야 알았다.
"같이 가도 되오."
칼라크가 물었다.
"같이 가자."
수카바티가 답했다.
레이젤이 그녀를 흘끗 보았다. 동행이 또 늘었다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레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짐승은 짐승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여섯 사람은 광장을 떠났다. 묶였던 티플링 남자도 그들을 따랐다. 그는 칼라크에게서 멀리 떨어져 걸었다. 그러나 따라왔다. 따라오는 자가 동의한 자다.
정착지로 돌아왔을 때 어린 여자아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오빠가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도 여자아이는 울지 않았다. 안아주지도 않았다. 그저 한 번 보고, 고개를 돌렸다. 매춘굴의 어린아이들이 그러했다. 살아 돌아온 어른을 보고 우는 일은 어렸을 때 다 써 버린 것이었다.
오빠는 동생을 한 번 안았다. 안는 동작에는 어색함이 있었다. 그도 한동안 안는 일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매춘굴의 어른들이 그러했다. 어른의 손은 손님을 받기 위한 손이었지, 동생을 안기 위한 손이 아니었다.
수카바티는 그것을 보았다. 잠시, 류트가 그리웠다. 류트가 있었다면 한 곡을 연주했을 것이다. 어린아이를 위한 곡이 아니라, 어른이 된 어린아이를 위한 곡이었다.
류트는 없었다. 그녀는 입을 다문 채 두 사람을 보았다.
칼라크가 그녀의 옆에 섰다. 끓는 몸의 김이 그녀의 어깨에서 한 자나 떨어진 곳에서도 느껴졌다.
"부인은 좋은 사람이오."
칼라크가 작게 말했다.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러면 무엇이오."
"분류를 잘하는 사람이다."
"분류라."
"누가 살 수 있고 누가 살 수 없는지를 분류한다. 너희는 살 수 있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같이 가는 것이다."
칼라크는 잠시 생각했다.
"부인. 살 수 없는 자들은 어떻게 하오."
"두고 간다."
"두고 간 자들은 죽소."
"그렇다."
칼라크는 더 묻지 않았다. 한 걸음 떨어져 섰다. 끓는 몸 가까이에 있는 것이 미안하다는 듯이. 그러나 미안함은 표면일 뿐이었다. 표면 아래에서 그녀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수카바티는 묻지 않았다. 매춘굴에서 자란 바드는 묻지 않는 법을 안다. 사람은 묻지 않을 때에 더 많은 것을 말한다.
밤이 깊어 갔다.
여섯 사람의 일행이 정착지 한쪽에서 모닥불을 피웠다. 칼라크는 모닥불에서 멀리 떨어졌다. 모닥불보다 그녀의 몸이 더 뜨거웠다. 그녀는 자신의 끓음이 다른 자에게 닿지 않게 늘 한 자의 거리를 두었다. 한 자의 거리는 그녀의 일생의 거리였다.
수카바티는 그것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
내일은 고블린의 본거지를 칠 것이었다. 그것이 다음의 일이었다. 그 다음의 일은 그 다음에 생각할 것이었다.
머리속의 올챙이는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 동안에도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