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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발더스게이트3 소설

발더스게이트3, 1부 추락하는 배 _ 5장 정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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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정착지

정착지 문 앞에서 사람이 죽고 있었다.

문은 큰 돌과 큰 나무뿌리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앞에서 한 무리의 고블린들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다. 인간 남자였다. 갑옷을 입고 제 역활을 못하는 경갑이었으나 상처를 입었고, 칼을 들고 있었으나 칼은 떨렸다. 고블린들은 셋이었다.

수카바티는 그것을 한 호흡으로 보았다. 살릴 수 있는 자였다. 살리려면 지금이었다.

레이젤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의 칼이 한 마리 고블린의 목을 베었다. 베는 데에 거침이 없었다. 두 번째 고블린이 돌아섰을 때 게일의 손에서 빛이 나왔고, 빛은 고블린의 가슴에 박혔다. 가슴이 검게 탔다. 세 번째 고블린은 도망치려 했다. 아스타리온의 단검이 그놈의 등에 박혔다. 등에서 가슴으로 단검이 나왔다. 짧고 깨끗한 일이었다.

세 마리의 고블린이 모두 죽는 데에 다섯 호흡이 걸리지 않았다.

문 앞의 사람이 칼을 떨어뜨렸다. 무릎이 풀렸다. 섀도하트가 그에게 달려갔다. 손을 사람의 가슴에 댔다. 사람의 가슴에서 검은 피가 멈추었다. 섀도하트가 빛을 내려놓을 때,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무엇인가의 이름을 부르는 입술이었다. 그러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름 없는 빛으로 사람을 살렸다.

사람은 숨을 쉬었다.

"고맙소."

사람이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살아남은 자의 첫 목소리는 늘 그러하다.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의 힘을 빼앗는다.

"이름은."

수카바티가 물었다.

"제블로어요. 정착지 안의 티플링들 중 한 사람이오. 부탁이 있소. 고블린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소. 안으로 들여보내 주시면 안에서—"

"문을 열어라."

수카바티가 말했다.

문이 열렸다.


정착지 안은 푸르렀다.

큰 나무들이 둥글게 둘러서 있었고, 가운데에 평평한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에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두 종류였다. 하나는 드루이드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티플링들이었다. 드루이드들은 가죽옷을 입었고 잎사귀로 머리를 묶었다. 티플링들은 누더기를 입었고 머리에는 뿔이 있었다. 머리에 뿔이 있는 자들은 발더스 게이트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늘 도망치고 있었다.

지금도 도망치고 있는 듯했다.

제블로어가 일어섰다. 그는 칼을 다시 쥐고, 안의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들이 나를 살렸소. 들여보냈으니 우리의 객이오."

드루이드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여자였다. 검은 머리에 단호한 입매. 잎사귀로 만든 관을 쓰고 있었다. 손에 지팡이가 있었다.

"객이라."

여자가 말했다.

"그 객들의 머리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들이는가, 제블로어."

수카바티는 그제야 알았다. 드루이드 여자가 그녀를 보는 눈은 머리속의 것을 들여다보는 눈이었다. 드루이드는 자연의 것을 보고,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자연의 것이 아니었다. 자연이 아닌 것은 드루이드의 눈에 보였다.

"무엇이 있나."

제블로어가 물었다.

"일리시드의 새끼다. 머릿속에 있다. 자라고 있다."

드루이드들이 물러섰다. 티플링들도 물러섰다. 다섯 사람의 주위에 둥근 빈 공간이 생겼다. 수카바티는 그 공간이 익숙했다. 매춘굴의 바드는 종종 그러한 공간 안에 섰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가운데에 두고 둥글게 물러섰다.

"우리는 너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수카바티가 말했다.

"아직."

드루이드 여자가 말했다.

"그것은 자라면 너희를 너희가 아닌 것으로 만든다. 너희가 아닌 것은 자연의 것이 아니다. 자연의 것이 아닌 것은 그로브에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빼낼 곳을 찾고 있다."

"빼낼 수 있다고 누가 말하더냐."

수카바티는 답하지 않았다. 레이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레이젤의 손이 칼자루에 가 있었다.

"기쓰의 훈련소에 즈래스라는 자크리스가 있다. 그는 빼낼 수 있다."

"기쓰의 말은 기쓰의 말일 뿐이다."

드루이드 여자가 말했다.

레이젤은 칼을 뽑으려 했다. 수카바티가 그녀의 팔을 짚었다. 짚은 손에 힘이 있었다. 레이젤이 그녀를 보았다. 짧은 한 호흡 동안 두 사람은 무엇인가를 주고받았다. 그 다음에 라젤이 손을 내렸다.

"우리는 하룻밤만 머무를 것이다. 새벽에 떠날 것이다."

수카바티가 말했다.

드루이드 여자는 잠시 생각했다. 생각하는 얼굴에 결정이 보였다. 결정은 한 번으로 내려졌다.

"하룻밤이다. 더는 안 된다. 새벽에 떠나라. 머리속의 것이 자라기 전에."

"그리하지."

수카바티가 답했다.

드루이드 여자는 돌아섰다. 그녀의 등 뒤로 다른 드루이드들이 따랐다. 티플링들은 남았다. 제블로어가 수카바티에게 다가왔다.

"감사하오. 코가는 본래 그러한 사람이오. 마음에 두지 마시오."

"마음에 두지 않는다."

"하룻밤만 머문다고 했지만, 부탁이 있소. 들어주시오."

수카바티는 제블로어를 보았다. 부탁이라는 말은 매춘굴에서 가장 흔한 말이었다. 부탁이라는 말 뒤에는 늘 무엇인가가 있었다.

"말해라."

"고블린들이 정착지를 노리고 있소. 며칠 전부터 정찰을 보내고 있소. 그 수가 늘었소. 본거지가 가까이 있는 듯하오. 본거지를 부숴 주시오. 우리는 도망치는 중이오. 발더스 게이트로 가는 길에 정착지에 잠시 머물 뿐이지만, 코가는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오. 시간이 없소. 본거지가 부서지면 코가도 우리를 좀 더 머물게 해 줄 것이오. 그리고 우리도 길을 떠날 시간을 벌 것이오."

수카바티는 잠시 생각했다.

본거지를 부수는 일은 그녀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본거지를 부수면 그녀에게도 이로운 점이 있을 듯했다. 고블린의 본거지는 종종 다른 자들의 본거지이기도 했다. 압솔루트의 신도라 불리는 자들이 근처에 있다고 새벽에 들었다. 압솔루트는 일리시드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머릿속의 올챙이를 빼낼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어쩌면 거기에도 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어쩌면이라는 말로 매춘굴에서 그녀는 매일을 살았다.

"생각해 보지."

그녀가 말했다.

제블로르는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이는 동작에 가난이 있었다. 가난한 자는 부탁의 자세를 안다. 수카바티는 그것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


정착지 한쪽 구석에 큰 돌이 있었다.

다섯 사람은 그 돌 곁에 자리를 잡았다. 게일이 모닥불을 피웠고, 레이젤은 칼을 갈았다. 아스타리온은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잠시 후에 돌아왔다. 손에 사과 두 개가 있었다.

"드루이드의 사과는 달다오."

그가 말했다.

"훔쳤나."

수카바티가 물었다.

"빌렸소."

"빌린 것을 돌려줄 생각이 있나."

"없소."

수카바티는 사과 하나를 받았다.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았다. 매춘굴의 단맛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단맛이었으나, 이 사과의 단맛은 사람을 깨우는 단맛이었다. 그녀는 한 입을 더 베어 물었다.

"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나, 훔친 사과는 받소."

아스타리온이 말했다.

"받는 것과 훔치는 것은 다르다."

"그렇소."

아스타리온은 웃었다. 웃음에 거짓이 있었으나, 그 거짓에 악의는 없었다.

섀도하트는 멀리 떨어져 앉아 있었다. 수카바티는 사과의 반을 그녀에게 가져갔다. 섀도하트는 사과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저 받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수카바티는 사과를 그녀의 옆에 놓고 돌아왔다. 잠시 후에 사과는 사라졌다. 누가 먹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밤이 깊었다.

수카바티는 잠들지 않았다. 모닥불의 옆에 앉아 게일을 보았다. 게일도 자지 않았다. 책을 읽고 있었다.

"무슨 책이오."

수카바티가 물었다.

"마법의 책이오. 옛 마법사의 책이오."

"옛 마법사의 책에 무엇이 있나."

"여러 가지가 있소. 그러나 내가 찾는 것은 없소."

"무엇을 찾고 있나."

게일은 잠시 책을 덮었다. 그의 얼굴이 모닥불의 빛에 흔들렸다. 흔들리는 얼굴이 본래의 얼굴보다 진실해 보였다. 사람의 얼굴은 흔들릴 때 진실해진다.

"부인. 한 가지 말해야 할 것이 있소."

"무엇이오."

"내 가슴에 무엇이 있소."

"무엇이."

"마력의 결정이오. 일종의 결정이오. 그것이 내 가슴에 박혀 있소. 그것은 가만히 있지 않소. 자라오. 자라면 무엇인가가 일어나오. 큰 것이 일어나오. 그것을 막으려면 매일 마력을 먹여야 하오. 그것을 먹지 않으면 결정은 자라오. 자라서, 내가 모르는 어느 날 폭발할 것이오. 도시 하나를 부술 것이오."

수카바티는 게일을 보았다. 게일은 모닥불을 보고 있었다. 모닥불의 빛 속에 그의 눈이 있었다. 눈에 두려움은 없었다. 두려움이 너무 오래 함께 있어서 두려움처럼 보이지 않게 된 자의 눈이었다.

"왜 나에게 말하는가."

수카바티가 물었다.

"부인이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기 때문이오. 레이젤은 칼을 들고, 섀도하트는 유물을 들고, 아스타리온은 단검을 드오. 나는 책을 들었소. 그러나 들고 있는 것이 결정을 내리지는 않소. 부인은 빈손이오. 빈손이 결정을 내리는 손이오."

수카바티는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매출굴에서, 손님 앞에서만 류트를 들었다. 결정을 내릴 때는 류트도 내려놓았다. 류트를 내려놓아야 손님의 얼굴이 보였고, 손님의 얼굴이 보여야 그가 살릴 수 있는 자인지 살릴 수 없는 자인지가 보였다. 빈손이 결정의 손이라는 게일의 말은 옳았다.

"마력은 어디서 먹는가."

그녀가 물었다.

"마력의 물건들에서. 강한 것일수록 좋소. 마법의 검, 마법의 반지, 마법의 두루마리. 그러한 것을 먹으면 결정이 잠잠해지오."

"앞으로 우리가 그러한 것들을 만나면 너에게 줄 것이다."

"감사하오."

게일은 책을 다시 폈다. 그의 손가락이 책장을 넘기는 동작에 떨림이 있었다. 두려움이 너무 오래된 자도, 새로운 친절 앞에서는 떤다.

수카바티는 잠시 더 그를 보다가, 모닥불의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


새벽이 가까워질 때 정착지의 문 쪽에서 비명이 들렸다.

수카바티가 가장 먼저 달려갔다. 다른 자들도 따라왔다.

문 앞에 한 여자가 있었다. 머리에 뿔이 있었고, 키가 작았다. 어린 티플링이었다. 여자아이였다. 손에 누군가의 망토가 들려 있었다. 망토에 피가 묻어 있었다.

"오빠가."

여자아이가 말했다.

"오빠가, 도망쳤어요. 도와주세요."

수카바티는 한 호흡을 썼다. 살릴 수 있는 자였다. 살리려면 지금이었다.

"어디로."

"그쪽으로요. 늪 너머로요."

"가자."

수카바티가 말했다.

다섯 사람은 다시 칼을 들었다. 새벽이 오기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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