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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없는 이야기

한탄강과 서울의 이름을 가진 바이러스, 한타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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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기원

한타바이러스는 신증후출혈열(Hemorrhagic fever with renal syndrome, HFRS)의 원인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RNA 바이러스의 한 과다. 대개 이 가운데서도 오르토한타바이러스속(Orthohantavirus)에 속하는 바이러스들을 가리킨다.  '오르토-(ortho-)'는 '정통', '본래'라는 뜻으로, 근연종(para-)이 발견되었을 경우 원래의 종을 특기하는 뜻을 가진다. 이에 최초 발견된 종은 '한탄오르토한타바이러스(Hantaan Orthohantavirus)'라는 복잡한 이름이 되었다.

바이러스의 이름은 강에서 왔다. 1976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자 이호왕은 야생 등줄쥐의 폐 안에서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1978년 바이러스가 최초로 분리되었고, 강의 이름을 따서 한탄 바이러스(Hantaan virus)로 명명했다.

본래는 '한탄바이러스(Hantaanvirus)'라고도 불렸으나 번역 과정에서 '한타바이러스(Hantavirus)' 쪽이 훨씬 널리 쓰여 과·속명이 후자의 이름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학계는 낙후된 한국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호왕 박사 실험실로 샘플을 보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고 이호왕 박사 팀이 원인 바이러스를 찾았음을 인정했다.

이호왕 박사의 성취는 발견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바이러스 진단 키트와 한타박스라는 예방 백신을 개발하여 바이러스의 발견은 물론, 진단법과 예방법까지 수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백신은 GC 녹십자에서 생산한다.

한타바이러스 외에도 한국 내에서 발견된 종은 많다. 서울바이러스,임진바이러스, 수청바이러스, 무주바이러스, 제주바이러스 등이 대한민국 땅에서 발견되었다.


전쟁이 키운 바이러스

한타바이러스는 전장을 좋아했다.

1913~1914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과학적으로 처음 기술되었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핀란드 동부 라플란드에 주둔한 독일군·핀란드 군인들 사이에서 특징적인 증상이 발생했고, 만주에 주둔한 일본군 병사 약 1만 명도 HFRS에 감염됐다고 전한다.

결정적 계기는 6.25였다. 한국전쟁으로  당시 휴전선 일대로 전선이 고착된 뒤 미군들 사이에서 전파되는 전염병에 대한 역학조사로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당시 UN군 장병 약 3,200여 명이 감염되었으며, 이 중 수백 명이 사망하였다. 중공군이 한강 이남을 못 넘어온 까닭의 하나가 '병영 안에 괴질이 돌아서'였는데, 한타바이러스가 그 괴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UN군·중국군은 이것을 서로 상대가 만든 생물학 무기라고 생각했을 만큼 피해가 심각했다.

1982년 WHO는 공식적으로 '신증후출혈열'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그리고 1993년, 바이러스는 신대륙에서 얼굴을 바꿨다. 미국 포코너스(Four Corners) 지역에서 치명률이 매우 높은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이 발병했다. 이는 현재 신 놈브레 바이러스(Sin Nombre virus)로 불리는 한타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아메리카 대륙에서 병원성 한타바이러스가 처음 확인된 사례였다. 당시 치사율은 약 50%였다.


바이러스의 구조와 종류

한타바이러스는 신증후출혈열의 원인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RNA 바이러스의 한 과로, 대개 오르토한타바이러스속(Orthohantavirus)에 속하는 바이러스들을 가리킨다.

한타바이러스 유전체는 각각 하나의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세 개의 단일 가닥 음성 방향 RNA 분절로 구성된다. 또한 분절형 유전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바이러스의 분절이 결합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형성할 수 있는 유전자 재조합 및 재편성이 가능하다. 이것이 한타바이러스를 까다롭게 만드는 핵심이다.

임상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질병으로 나뉜다.

  • 신증후출혈열(HFRS) — 아시아·유럽형. 신장을 망가뜨린다. 주요 원인 바이러스는 한탄바이러스(동아시아), 서울바이러스(전 세계 시궁쥐), 푸말라바이러스(유럽).
  •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HPS/HCPS) — 남미형. 폐와 심장을 친다. 주요 원인은 신 놈브레바이러스(북미), 안데스바이러스(남미).

HFRS는 HPS보다 훨씬 흔하게 발생해 매년 100,000명 이상이 발생하는 반면, HPS 사례는 매년 수백 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HPS의 치명률은 30~60%로 HFRS보다 훨씬 높다.


전파 경로

한타바이러스는 감염된 설치류 또는 설치류의 분뇨와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사람이 설치류 분뇨가 건조되며 생긴 바이러스 입자를 흡입할 때 감염이 이루어진다.

원칙은 '쥐 → 사람' 단방향이다. 대부분의 한타바이러스는 사람들 간에 전파되지 않으며, 드물게 남미 남부의 안데스 한타바이러스가 밀접한 신체 접촉을 통해 사람들 간에 직접 전파된다.

돼지에서 사람으로의 전파도 가능할 수 있다. 소, 사슴, 토끼에서 한탄 바이러스와 푸말라 바이러스가 검출되었고, 고양이와 개에서 서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검출되었다.


증상 

병의 경과는 발열기 → 저혈압기 → 핍뇨기 → 이뇨기 → 회복기의 단계로 진행되며, 저혈압기와 핍뇨기에는 중증 위험이 높다.

증상은 설치류 분뇨 노출 후 일반적으로 약 2주(길게는 6주) 시점에 갑작스러운 발열, 두통, 근육통으로 시작된다. 폐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기침과 숨가쁨이 나타나고 몇 시간 내에 심해질 수도 있다. 체액이 폐 주변에 축적되고 혈압이 낮아진다.

독감과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초기가 지나면 수 시간 만에 폐 또는 신장이 망가진다. 속도가 빠르다.


치료 

치료는 바이러스를 없애는 특효약이 없어 조기 진단과 입원치료, 수액·전해질 관리 등 대증치료가 핵심이다.

폐가 감염되었다면 산소와 혈압을 안정시키는 약물이 사용되며, 신장이 감염된 경우에는 투석이 필요할 수 있다. 생존자 중 대부분이 3~6주 내에 회복되지만 최대 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예방은 있다. 최초의 한타바이러스 백신인 한타박스(Hantavax)는 1990년 이호왕 박사팀이 개발했다. 다만 이 백신은 한탄 바이러스·서울 바이러스 같은 동북아시아 계통에만 효과가 있으며 유럽·미국에서는 사용이 승인되지 않았다.


최근 사례 

국내: 2024년 한 해 373명이 신고되었으며, 전남·충남·전북·경남·경기 순으로 발생이 많았다. 주로 늦가을(10~12월)에 집중 발생한다.

세계: 2025년 아메리카 대륙 전체 한타바이러스 감염 치사율은 22.9%로 최근 4년 평균(15.9%)을 크게 웃돌았다.

2025년 미국: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의 아내가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2026년 크루즈선 사태: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 의심 사례가 발생해 최소 3명이 숨지고 3명 이상이 증상을 보였다. WHO는 원인 바이러스로 안데스바이러스를 지목하고 국제 공조 대응에 나섰다. 이번 발병은 일반적인 경로를 벗어난 사람 간 전파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담

- 일본인 의사 타무라 박사가 "일본에서도 유행성 출혈열 환자가 발생했다"고 학계에 보고했다가 비웃음을 사며 매장당하였다. 타무라 박사는 나이가 들어 은퇴한 뒤에도 이를 천추의 한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 한타바이러스는 냉전 시기 소련의 생물무기 프로그램 연구 대상으로 거론됐다. 높은 치사율, 공기 전파, 당시 치료법 부재라는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소련과 중국은 미국이 만든 세균전 무기라고 주장했다.  '관동군의 악명 높은 731 부대가 이것을 엄청나게 연구했고, 이 부대의 지휘관인 이시이 시로가 미군에 무기화 방법을 넘기는 조건으로 전범재판에 기소되지 않았다'는 설도 돌았다.

- 한타바이러스는 각각의 자연 숙주 종에 국한되어 숙주와 함께 진화하지만, 이러한 일-종-일-한타바이러스 관계가 모든 한타바이러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체 재편성 덕분에 서로 다른 숙주를 넘나들며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 바이러스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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