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장 칼끝의 사람
밤이 길었다.
수카바티는 잠들지 못했다. 잠들면 머릿속의 올챙이가 깨어날 것 같았다. 그것은 잠과 잠 사이의 틈을 노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깨어 있는 자는 자신의 머리를 지킨다. 잠든 자는 머리를 내어 준다. 매춘굴에서 그녀는 잠든 손님의 지갑을 본 적이 있었다. 잠든 자는 모든 것을 내어 준다. 머리도 그러할 것이었다.
레이젤은 잠들었다. 칼을 가슴 위에 올리고 잠들었다. 잠든 모습조차 군인의 모습이었다. 게일은 모닥불 옆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가 어디서 그 책을 가져왔는지는 묻지 않았다. 마법사의 가방에는 마법사만이 아는 것이 들어 있었다.
섀도하트는 모닥불에서 멀리 떨어져 앉았다. 유물은 그녀의 무릎 위에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부적 위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끊임없이 유물을 만지고, 닦고, 다시 가슴에 품었다가 다시 무릎에 두었다. 무엇인가를 두려워하는 손이었다. 그러나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유물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인지, 유물이 자기 안에서 무엇인가를 깨울까 두려워하는 것인지.
수카바티는 그것도 마음에 담아 두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사람들의 작은 동작들이 쌓여 갔다. 매춘굴에서 그녀는 그렇게 사람을 익혔다. 사람의 말은 거짓이고, 사람의 손은 진실이었다.
새벽에 누군가 풀섶을 밟았다.
수카바티는 그 소리를 먼저 들었다. 류트가 없어도 바드의 귀는 살아 있었다. 풀이 밟히는 소리는 사람의 발소리와 짐승의 발소리가 다르다. 사람의 발은 무게가 있고, 짐승의 발은 무게를 흩는다. 이 발소리는 사람의 것이었다. 그러나 짐승처럼 흩어 밟으려는 사람의 것이었다.
그녀는 레이젤의 어깨를 짚었다. 레이젤은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칼자루에 손이 갔다. 잠과 깸 사이에 한 호흡도 없었다.
"누군가 있다."
수카바티가 작게 말했다.
"몇이나."
"하나."
"그러면 됐다."
레이젤이 일어섰다. 게일도 책을 덮고 일어섰다. 섀도하트는 유물을 가슴에 품고 자리를 피했다.
풀섶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가는 몸, 흰 머리, 가벼운 옷. 손에 칼이 한 자루 있었다. 단검이었다. 단검은 가까이서 쓰는 칼이고, 가까이서 쓰는 자는 가까이까지 다가올 수 있는 자다.
그림자가 멈추었다. 단검을 등 뒤로 감추는 것이 보였다. 감추려고 했으나 늦었다. 레이젤은 이미 칼을 뽑았다.
"이리 와라."
레이젤이 말했다.
그림자는 망설였다. 그러고는 손을 들었다. 두 손을 들었다. 단검은 풀섶에 떨어졌다.
"오해요. 도와줄 사람을 찾던 중이오."
목소리는 가벼웠다. 가벼움에 익숙해진 자의 가벼움이었다. 매춘굴의 손님 중에는 그러한 자들이 있었다. 가벼운 말로 무거운 일을 처리하려는 자들. 그들의 목소리는 늘 같은 박자로 떨렸다.
"이름."
수카바티가 물었다.
"아스타리온."
남자가 답했다.
가까이서 보니 그는 엘프였다. 흰 피부에 흰 머리, 붉은 눈. 입가에 미소가 있었다. 미소는 잘 만들어진 것이었다. 너무 잘 만들어져서 미소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매춘굴의 손님 중에 그러한 미소를 가진 자가 있었다. 그러한 미소는 두려움을 감추는 데 쓰인다.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그러한 미소를 짓지 않는다.
"감염됐나."
수카바티가 물었다.
"감염되었소. 어제 일리시드의 배에 끌려갔다가 떨어졌지. 머릿속에 그 빌어먹을 올챙이가 있다는 말이오."
"풀섶에서 단검을 든 채로 도움을 청하는 자는 흔치 않다."
"내 일이 좀 그러하오. 도시에서 나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살피는 일을 했소. 손님이 자고 있을 때 말이오. 그래서 손에 익은 무기가 단검이오."
"호주머니를 살핀다는 말은 도둑이라는 뜻이지."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부르시오."
아스타리온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도둑이라 불리는 데에 익숙한 자였다. 익숙한 만큼, 그것이 본업의 전부는 아닐 것이었다. 매춘굴에서 자란 바드는 직업의 진짜 모습을 안다. 사람이 자신의 직업을 너무 가볍게 말할 때, 그 직업은 그가 말한 것보다 깊다.
"나는 레이젤이다. 너는 우리와 같이 가지 않는다."
레이젤이 말했다.
"나도 머릿속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소. 같이 가지 않으면 무엇을 하란 말이오."
"여기서 죽거나, 다른 길을 찾아라."
"자매여, 나는 이 빌어먹을 숲을 모른다. 너희도 모르는 것 같지만 너희는 적어도 칼을 든 자가 있고 마법사가 있고 사제도 있는 듯하다. 나 혼자서는 다음 새벽까지 살지 못한다."
레이젤은 칼을 내리지 않았다. 게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수카바티."
게일이 말했다.
"네 의견을 묻고 싶소."
수카바티는 게일을 보았다. 게일이 그녀를 첫 결정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레이젤은 칼을 들고, 섀도하트는 유물을 감춘 가슴을 응시했고, 게일은 책을 든 사람이었다. 그들 중에 누구도 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았다. 결정은 결정을 내리는 자에게 떠넘겨졌다. 매춘굴에서도 그랬다. 술상에서 사람을 죽일지 살릴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늘 한 사람이었고, 그 사람은 종종 가장 약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수카바티는 잠시 아스타리온을 보았다.
"같이 가자."
그녀가 말했다.
"감사하오, 부인. 이 은혜는—"
"단, 단검을 등 뒤로 감추는 일은 두 번 없을 것이다. 두 번이 있으면 너는 잠든 사이에 죽는다."
수카바티의 말투에는 떨림이 없었다. 떨림이 없는 위협은 위협이 아니라 약속이었다. 아스타리온은 미소를 약간 닫았다. 약간 닫은 미소가 그의 본래의 얼굴에 가까웠다. 본래의 얼굴은 미소가 아니었다.
"알겠소."
그가 말했다.
레이젤은 칼을 거두었다. 거두는 손에 불만이 있었으나 입은 다물었다. 같은 길 위의 짐승은 결정을 내린 짐승의 결정을 따른다. 한동안은.
해가 떴다.
다섯 사람이 길을 걸었다. 길은 숲을 따라 굽었고, 숲은 새 소리로 가득했다. 새들의 노래는 평화로웠으나 평화는 표면일 뿐이었다. 매춘굴에서 자란 바드는 평화의 표면 아래에서 무엇이 움직이는지를 들었다. 새소리 사이에 무엇인가가 있었다.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아스타리온은 수카바티 가까이에서 걸었다. 가까이 걷는 것이 친근함의 표시인지 다른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수카바티는 그를 옆에 두는 것이 멀리 두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등 뒤에 두는 것이 가장 위험했다.
"부인, 한 가지 묻겠소."
아스타리온이 작게 말했다.
"무엇이냐."
"부인은 어디서 왔소. 발더스 게이트의 사람 같소만."
"그렇다."
"어떤 일을 하셨소."
"바드였다."
"음악만 하셨소."
"음악과 그밖의 것을 했다."
"매춘굴이오."
수카바티는 아스타리온을 보았다. 아스타리온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는 비웃음이 없었다. 사람을 정확히 본 자의 미소였다. 매춘굴에서 자란 바드는 매춘굴에서 자란 자를 알아본다. 아마 아스타리온도 그러한 곳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다른 형식으로.
"맞다."
수카바티가 말했다.
"부인. 나는 부인이 마음에 드오. 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같이 다니기에 좋은 사람이오.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으니 말이오."
"너는 거짓말을 하나."
"종종."
"그러면 너와 같이 다니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부인이 알아서 하시오. 나는 단검을 등 뒤로 감추지 않을 테니."
아스타리온은 웃었다. 웃음에 거짓이 있었으나, 그 거짓에 악의는 없었다. 거짓이지만 악의 없는 웃음은 매춘굴에서 가장 흔한 웃음이었다. 살기 위해 짓는 웃음이었다. 수카바티는 그러한 웃음에 익숙했다.
"걸어라."
그녀가 말했다.
다섯 사람은 다시 걸었다.
오후에 그들은 무너진 사원을 발견했다.
사원은 셀루네의 것이었다. 흰 돌로 지어진 둥근 지붕이 무너져 있었고, 무너진 자리에 풀이 자랐다. 절 앞에 사람의 시체가 있었다. 시체는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며칠 전쯤의 시체였다. 시체의 손에 부서진 칼자루가 쥐여 있었다.
레이젤은 시체를 보지 않고 지나가려 했다. 게일은 멈추었다. 섀도하트도 멈추었다.
"여기 무엇이 있다."
게일이 말했다.
"무엇이 있소."
수카바티가 물었다.
"마력의 흔적이오. 강한 흔적이오. 누군가가 여기서 무엇을 했소."
"무엇을."
"확실치 않소. 그러나 좋은 일은 아니었던 듯하오."
수카바티는 무너진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깨진 항아리들이 있었고, 깨진 항아리 사이에 책 한 권이 있었다. 책은 일기였다. 셀루네의 사제가 쓴 일기였다. 사제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마지막 장에 그가 적어 둔 것이 있었다.
죽은 세 명의 신은 각기 한 명의 자식을 두었다. 그들의 자식들은 자라고 있다. 자라서, 무엇인가를 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수카바티는 일기를 덮었다. 죽은 신과 자라는 자식의 이야기는 알 바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머릿속의 올챙이만 있으면 충분했다. 다른 사람의 신과 다른 사람의 자식은 다른 사람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일기를 가방에 넣었다. 매춘굴에서 자란 바드는 알아두는 일과 모르는 척하는 일을 다르게 했다. 알아두는 것은 살리고, 모르는 척하는 것도 살린다. 둘은 다른 일이었다.
"가자."
그녀가 말했다.
다섯 사람은 사원을 떠났다. 사원 앞의 시체는 누구에게도 묻히지 않은 채 남았다. 묻을 시간이 없었다. 묻어 줄 마음도 없었다. 살아 있는 자는 죽은 자를 위해 시간을 쓰지 않는다.
해가 다시 기울었다.
길은 숲을 빠져나가 평지로 이어졌다. 평지 끝에 무엇인가의 윤곽이 있었다. 큰 나무들로 둘러싸인 둥근 형상이었다. 사람의 마을 같기도 하고 짐승의 둥지 같기도 했다.
"드루이드의 정착지요."
게일이 말했다.
"드루이드는 사람을 받아주는가."
수카바티가 물었다.
"받아주는 드루이드도 있고, 받아주지 않는 드루이드도 있소. 운에 맡기는 수밖에."
수카바티는 운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매춘굴에서 운이라는 말은 술 취한 자의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술 취한 자의 말이라도 매달려야 했다. 머릿속의 올챙이는 자라고 있었고, 그것을 멈출 단서를 찾으려면 어딘가에 도착해야 했다. 어디든.
다섯 사람은 정착지 쪽으로 걸었다.
운은 운이었다. 그것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굴렀다. 수카바티는 어느 쪽으로 굴러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매춘굴에서 그녀는 운에 익숙했다. 익숙한 만큼, 운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류트가 그리웠다. 류트가 있었다면 한 곡을 연주했을 것이다. 운에게 들려주는 곡 같은 것을. 운은 음악을 듣는다고들 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사실이라면 좋은 일이었다.
류트는 없었다. 그녀는 입을 다문 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