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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반쯤 뜨다만 송어회같은 영화. 비정한도시(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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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블로그 우수 리뷰 선정~!


비정한도시 감독판.

송어는 1급수에서 산다. 일견 그 속도 깨끗할것만 같다.

하지만 속을 파고들어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디스토라마는 기생충의 숙주로서 사람에게 간암까지 일으킨다는 보고가있다.

우리사회 역시 겉보기에는 건강하고 활기에 넘쳐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속을 파고들어가면 송어의 속살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활기찬 배경음에 맞춰 택시기사의 넋두리로 시작하는 영화초반 극의 긴장감은 상당히 대단하다.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 
앞으로 펼쳐진 단편들이 어떻게 모아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송어회 한접시 하실래예 

온전한도시? 비정한도시?
 사채업자에게 끌려가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할정도의 공포감에 눌려있으면서도 여인의 가슴을 계속해서 훔쳐보는 모습은 이미 자신의 몸통 반절이 잘려나가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송어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처절한 몸부림.
이 영화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줄기라 칭할만 하다.

각각의 모습은 서로 다르나 그 이면에는 살아가려고하는 암묵적인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섹스로 사랑을 완성하려하고, 부인의 보험금을 노리는 모습. 심지어 죽어야 살 수 있는 모습도 나온다.
용서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교도소에서 의 모습은 궤를 같이 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이럼에도 살아간다. 영화의 개봉전 제목이 온전한 도시였다고 하니 이러한 의견은 나뿐만이 아닐거라 믿는다.

대부분의 감독이 해석을 관객의 숙제로 남겨둔다면 비정한 도시의 김문흠감독은 스스로 이 영화의 답을 제시한다.
누구나 피해자가되고, 누구나 가해자가 되는세상. 그래서 비정한 도시라고.
메세지를 강요하기는 하지만 일단 관객에게 "음 이영화는 이런영화군" 이라고 확실히 전달 할 수는 있으니 감독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까?
아마 감독 본인도 편집을 마치고나서 혼란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한편.

짜장+족발+크림파스타= 뭐야 이거?! 

 이제 영화에 대해 논해보자.

옴니버스플롯은 단편적인 각각의 이야기를 적절히 조화시켜서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단편적인 면면을 보자면 이 영화 나쁘지 않다.

시간순서를 뒤죽박죽 나열해서 퍼즐 맞추듯 맞추는 재미도 선사한다.

익히 연기로 알려진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이러한 장점을 단 하나의 단점이 모두 덮어버린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있다. 이 영화는 하나로 묶는 과정이 신통치 않다.

포스터에 적혀있는 "도시를 장악한 충격적 연쇄사건"이라 칭하기엔 그 임팩트와 연관성이 너무나 떨어진다.

각 사건을 너무 작위적으로 배열을 시켜놓아서 긴장감은 그 끈을 스스로 느슨하게 풀어버리게 한다.

만화가 강풀이 대단하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각각의 사건을 기가 막히게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가기 때문이다. 작화도 대단하지 않고, 좌편향적인 사상으로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의 작품은 이러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완벽한 만화로, 시나리오로 대접을 받는것이다.(물론 원작과 영화의 완성도는 천지차이지만;) 


다시 비정한 도시로 돌아와서, 영화로 보여지는 단편의 이야기는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있지 않다.

탈옥수의 이야기나 불륜녀의 이야기는 그냥 곁다리인가 정도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불륜녀는 이 영화 전체를 움직이는 커다란 이야기인 "뺑소니 오천만원"에 얽힌 인물임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 섹스신에서조차 이 영화와의 연계성을 느끼기 힘들다. 


난 짜장도 좋아하고 족발도 좋아하고 파스타도 좋아하니깐 섞어먹어야지! 라고 했는데 그게 맛있을 턱이있나.

돼지고기와 춘장, 양파, 양배추가 어울려져 짜장이 되는것인데. 춘장과 크림을 섞어버리면?

감독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다가 용두사미의 전형적인 케이스가 되어버렸다.


틱장애학생을 통해 가해학생의 변한 모습, 화해를 통한 인간성회복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정이  이해하기 힘들고, 구성 또한 허술하기 그지없다. 

취조장면 역시 과거의 사건을 현재시점으로 표현하고자하는 도구로 쓰자고 했지만 어울리지 않는 두형사의 연기로 무너지고 말았다. 더구나 모텔앞에서 실갱이하다가 자신의 동생이 나오니 흥분하는 오빠의 모습은 이중성을 고발하고자 한건지 그냥 웃음코드였는지조차 혼란스러워져 버린다.

사족으로 전락해 버린 단편은 옴니버스구성 영화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무너트릴 뿐이다.


김문흠 감독이 한 시사회장에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군데군데 삽입한 의도였던걸까?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참담하다고 평하고싶다.


오빠 믿지? 손잡고 양치질만 할께. 병이있어서 꼭 양치질을 해야해


감독 김문흠

2002년작 집배와 2005년에 개봉되었던 녹색의자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집배는 감독으로서 녹색의자는 연출부로 영화에 참가했었다.

집배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인간성에 대한 희구로 어렸던 나에게 뇌리에 남는 작품이고 녹색의자는 갑갑하고 어두침침한 B급 에로영화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비정한 도시의 느낌과 엇비슷하다. 갑갑하고 칙칙한데 뭐라 말할 수 없는 답답함.


이러한 김문흠 감독에게 있어 비정한 도시는 감독 타이틀을 건 첫번째 메이저 타이틀이다.

특유의 분위기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엮으려고하다보니 이러한 사단이 나버린것 같다.

제대로 엮지도 못할 이야기를 펼쳐놓고 관객에게 메세지를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말미에 메세지를 강요하면서도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는것들이 몇가지 있다.

택시기사가 5천만원을 건내주었는데도 왜 교도소에 들어가있는지

탈옥수의 여자가 나타나서 하는 이야기라던지

빚이 해결되고 수술을 했음에도 왜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지.

엔딩크래딧이 올라가면까지 이 역시 도통 의도를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 인디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거친 카메라워크와 숨막힐듯 늘어지는 호흡도 나름 익숙한 편이지만 여자친구는 보는 내내 말못할 불쾌함이 있었던듯하다.

아마 암시와 의문으로 가득찬 진행 방식. 그러면서도 어처구니없이 작위적으로 연출한 상황들이 그러했던것 같다.


송어는 회를 쳐놓고 금방 먹어야한다. 다른 회도 비슷하겠지만 민물어종인 송어는 피가 살점으로 스며들어가면 더 강한 비린맛을 내기로 유명하다. 

반 쯤 떠놓고 방치해둔 송어는 쫄깃하고 감칠맛나는 속살을 잃어버린다. 

보기좋게 접시에 올려 와사비장에 찍어먹든 초고추장에 찍어먹든 입으로 들어가야 송어회로서의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다.


기대감이 상당히 높은 영화이던데 선택은 관객몫이겠지만.

나에겐 남긴 송어를 다시 먹는듯한 찝찝함. 그러한 영화다.



시사회에 반트와플쿠폰까지 줬는데 악평만 써서 괜시리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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