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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20년 전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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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상수동에 살았다. 그 땐 지금 홍대거리도 죄다 주차장이었고 상수동은 그냥 동네였다. 


오늘 근처에 취재나갔다가 옛 생각이 나서 돌아 다녔다. 기억은 대충 살아나는 데 거의 모든 곳이 바껴있었다. 그래도 몇몇 장소는 그대로 남아있어 땡볕에서 혼자 추억에 잠겼다. ㅎ


그나저나 블로그 방문자 수를 되게 오랜만에 확인했는데 2백만 돌파가 눈앞... 09년 말에 만들었으니 이 낙서장도 오래됐구나... 20년 후에도 이 블로그가 있으려나? ㅎㅎ


합정시장 초입. 내 기억이 맞다면 저 간판집은 문방구 였을 거다. 

'플래시맨'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했고 그 장난감도 거기서 샀었다.

아 물론 엄청 졸라서 산거라 많이 혼났던거 같다.


그리고 독수리 5형제 비행기도 여기서 샀는데...

어렸을 때 동생이 입원했던 병실 바로 앞 아기가 그 비행기를 보고 달라고 징징거려서 줬던 기억이 있다. 

내가 되게 아끼던 비행기였는데..ㅡㅜ


엄마랑 홀트아동복지 회관 앞에서 버스 기다리고 있으면

"넌 부모 다 있으니까 행복한지 알어. 말 안들으면 저기로 보내버릴거야."라고 했던 홀트 아동 복지 회관


YG 연습실인듯. 벽이 완전히 낙서장이야.

하긴 내가 이 동네에 있을 때 YG는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ㅋㅋㅋ


어렸을 적 기억에 엄청 넓은 대로였는데... 되게 좁은 도로다. 

아스팔트 도로도 아니었고 콘크리트 바닥이었는데 그 때는 이 근처에 빌라를 막 만들던 때라 모래랑 흙이 많았다. 흙놀이 하다가 엄마가 밥먹으라고 부르면 들어가곤 했다. ㅋㅋㅋ


100원 넣으면 탈 수 있는 목마가 있는 트럭도 여길로 왔고

소독차도 일로 지나갔었다. 그럼 우리 막 뒤 쫓아가고 ㅋㅋ


여긴 순두부 공장이었다. 순두부 국물의 냄새와 당인리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랑 기억난다.


동생이 다니던 어린이집.

나랑 나이 터울이 많이 나서 내가 하교하는 길에 동생을 데리고 집에 가곤했다. '화랑반'이었는데 ㅋㅋㅋ

그 때 엄마는 홍대에서 수입 옷 장사를 했는데 김현정이나 터보가 우리 가게 고객이었다.

그냥 계속 가게를 하시지. 우리 조금 엇나가도 됐는데..ㅋㅋㅋ


몇 살부터 살았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8살까지는 여기 살았었다. 

내 기억에는 엄청 큰 빌라인데 지금보니까 진짜 작다. 골목도 마찬가지고.

1층에 살았는데 (사진에는 2층) 언젠가 엄청 큰 홍수가 들어 계단 하나만 남겨놓고 밑에 지하집들이 다 잠긴 적이 있었다. 그 때 우리는 대흥동 이모할머니 댁으로 피신 ㅋ 그 때 이모 할머니네는 베스라고 엄청 큰 개를 키워서 내가 베스할머니라고 부르곤했다. 


그러고 보니 르망 할머니도 있었다. 외가 쪽으로 7촌 할머니인데,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까지 엄마는 가게 때문에 바빴고, 아버지는 아버지 표현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의 정보통신기술 발전을 위해 한국에 없거나 있어도 매일 야근을 해서 내 어린시절은 르망 할머니랑 가곤했다.



20년 전에는 여기에 쌀집이 있었다. 가게 앞에는 항상 '쌀집 자전거'가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에 정육점이 있었다.

내장을 고무다라(?)에 넣어놓고 씻기곤 했다. 그 때 소양, 돼지양이라고 내장을 파는 게 왜 '양'인지 몰라서 혼자 진지하게 고민하곤 했다..ㅡㅡ;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뀔 때까지도 어름과 같이 미스터리 중에 하나였다.


아마 동그라미 문방구 자리였을 거다. 큰 길 모양새가 변해서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이 부근일 듯

당시 유행하던 스트리트파이터 카드를 여기서 되게 많이샀다.

드래곤볼 카드도 많이 샀고.


무엇보다 칸담이나 간담을 많이 샀다.ㅋㅋㅋ 건담 아니다 칸담이닼ㅋ

당시 유행이던 보물섬을 사기도.

나이 먹고 보물섬을 사려고 보니까 일본 아오시마제가 20만원이 넘더라..;;


동그라미 문방구에서 카드를 사면 바로 옆 골목 전봇대 밑에서 애들이랑 카드 게임을 하곤 했다.

근데 그 골목이 없다..ㅡㅡ; 

어렸을 적 내 기억에도 되게 작은 골목이었는데... 20년이란 시간동안 나만 큰게 아닌가 보다. 


로렌스 시계가 있던 자리. 이것도 없어졌다.


자민의원이 있던 자리에는 아직 병원이 있다. 

건물 모양은 그 때랑 똑같다. 


어렸을 때 엄마가 도너츠 튀겨줄 때 구경한다고 의자 놓고 올라가서 구경하다가 기름에 데인 적이 있는데, 그 때 이 병원으로 갔었다.

당시 할아버지가 의사였는데 엄청 무서웠던걸로 기억한다.


수정탕 자리에는 코아마트가 있다.

목욕탕에서 머리하고 염색하는 아저씨들이 진짜 신기했던 시절이 있었다.ㅋ


어렸을 때 우리집 가는 골목에 있는 집.

당시 기억에 무지무지 커서 엄마한테 "내가 크면 꼭 이런 집에서 살거야."라고 했는데...

지금보니까 되게 작다..ㅡㅡ; 


예전 살던 골목이 전부 카페, 술집으로 변했다.

13살까지 살던 집

저 집이 전부 우리집이 아니고 대문 뒤에 반지하 한 칸방 짜리에 4명이 살았다.


옆집에서 세들어 산다고 되게 무시하고 그랬는데, 어렸을 땐 그걸 못참고 옆집 아들내미를 막 때리곤 했다 ㅋㅋㅋㅋ

곰팡이에 하수구 역류에... 비 좀 많이 오면 비가 방에 들어오고 그랬다.

대낮에도 불을 키지 않으면 완전 암실이 따로 없었고...


KT국장까지 한 아버지가 왜 반지하에 살게 됐는지 알게 된건 군대를 갔다온 다음이었고. 

당시에 부모님은 큰집으로 이사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중이라서 한 칸짜리 방에 산다고 그랬다.


어렸으니까 KT가 얼마나 큰 회사인지도 몰랐고, 국장이 뭐하는 건지도 몰랐고, 보증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고... 

사실, 얼마전까지 내 인생의 목표가 옆집을 사서 주인 할머니 엿먹이자 이런거였는데... 옆집이 사라졌다 ㅋㅋ

근데 있었어도 아마 지금 내 잔고로는 대출 안끼고는 못사지 않았을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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