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이들에게 ‘대항해시대2’ 대한 얘기를 하면 수많은 무용담이 나올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해군출신이다 바다랑 인연이 없던 서울 촌놈이 해군을 간 이유는 딱 하나였다. 대항해시대 ‘뱃놈’의 매력에 빠져서다. 배를타고 싶었다. 쉽 함대를 이끌고 다니면서 전열에 서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현실은 깡깡이질하는 갑판병이었다.
대항해시대2는 코에이가 제작한 대항해시대 두 번째 작품이다. 부제는 수평선(New Horizon). 칸노 요코가 참여한 브금이 여전히 머리 속에서 디디딩 거린다. CD롬 케이스 앞에 붙은 그 당시 특유의 코에이 패스코드도 기억난다.
대항해시대2는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삼국지와 함께 코에이의 황금기를 함께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코에이는 풀프라이스 쓰레기로 이름이 높지만 그 때는 ‘시부사와 코우’가 오프닝에 등장하기만 해도 환호성을 지르던 시절이다. 영걸전, 원조비사, 노부나가의 야망 등도 그랬다. 국내 유통사인 비스코의 로고도 떠오른다.
나를 포함한 당대 청소년들은 게임으로 세계지리를 배웠다. 세계지도를 직접 대조하면서 게임을 했다. 아프리카, 인도의 숱한 낯선 항구이름과 위치를 외웠다. 내가 어찌 팀북투를 지금까지 기억하겠는가. 보물지도의 위치를 소축척 지도로 찾을 때나 망망대해에 기적처럼 나타난 보급항을 발견해낼 때에는 실제 탐험가가 된 느낌을 받고는 했다.
게임의 기본 구조는 모험, 해적, 교역 중 각자에게 맞는 종류의 명성을 쌓으면서 각 캐릭터들이 스토리 속에서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플레이해야 한다. 명성이 쌓이면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가는 형식이다. 그래도 그 때는 무척 자유도가 높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은 6명이다. 진 주인공 조안 페레로는 프레스터 존 왕국을 찾아 떠나는 전작 주인공 레온 페로로 아들이다. 얘도 프레스터 존 왕국을 찾아 떠난다. 게임의 영향인지 나는 아직도 페레로 로쉐를 볼 때마다 조안을 떠올린다.
자기 오빠를 페레로 함대가 죽인 것으로 오해해서 조안을 쫓는 스페인의 붉은머리 여해적 카탈리나 에란초는 무척 매력적이다. 어린 마음에 너무 예뻐서 혼자 부끄러움을 타고 했다.
엄청난 빚이 쌓인 이탈리아의 모험가 피에르트 콘티, 지도 제작가 메르카토르 그리고 그의 친구 에르네스트 로페스, 스페인 무적함대를 상대해야 하는 영국의 사략해적함대제독 옷토 스피노라 마지막으로 대상인을 꿈꾸는 오스만제국의 알 베자스가 있다.
주인공들은 서로 사람이나 아이템을 찾아주거나 미끼가 되거나 같이 싸우거나 등등 촘촘히 관계가 얽혀있다. 덕분에 같은 대륙, 같은 맵, 같은 컴포넌트로 게임을 하지만 한 명의 엔딩을 보면 또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어진다.
게임 속 각 주인공마다 항해 주목적이 다르다. 조안은 모험/전투가 혼재되어있고 카탈리나와 옷토는 전투 위주다. 피에트로와 에르네스트는 모험 위주, 알은 교역 위주로 플레이한다. 나중엔 귀찮아서 블랙잭으로 모든 걸 대체하게 되지만 뭐 어쨌든.
요즘에는 웹버전도 있다. 추억이 떠오를 때 간간히 해봐도 좋을 듯 싶다.
https://water2.dist.be/
대항해시대2 - 웹버전
언제 어디서든 대항해시대2를 웹으로 즐길 수 있어요!
water2.dist.be
대항해시대 오리진도 난 나쁘지 않았다.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는 거지 게임은 나빴다. 굉장히 의욕적으로 현질도 하고 주위 사람들과 같이해서 하는 동안은 재미있었다. 같은 국가해서 투자전도 하고 방어전도 하고 으쌰으쌰 참 재미있었다. 나중에는 지르다 지르다 지쳐 따라가지 못했다. 추억을 팔아먹은 게임으로 기억한다.
제대로된 후속작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으나 코에이 꼬라지를 보면 요원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