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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내 이야기 좀 들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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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전에 분명 알람을 설정하지 않았는데, 아침에 울리는 알람.


우리 기념일이란다. 아 이젠 우리가 아니지... 아무튼간에.


하. 잊혀질 듯하면 어디선가 또 불현듯 생각나고 잊혀질만하면 또 뭐때문에 생각나고.

이것참.


잘 이겨내왔다고 생각했는데... 미칠듯 보고 싶고.


알람이 울린 비트윈이 야속하기도 하고.

비트윈 사진을 백업을 하고 지워야지하고 생각했던걸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이렇게 되버린거 같다.

사실 백업하려고 맘먹으면 하겠지만 아직은 예전 좋았던 사진들을 보는게 힘들어서 보지 못했다.


뭐 그 사람이 내 블로그에 와서 글을 읽을리는 만무하니까... 이렇게라도 끄적거리면 마음이 편하니깐.

요즘아이들은 이런걸 허세글이라고 표현한다지?


요즘들어서 많이 생각하게되는게, 내가 그 때 큰 소리만 안냈어도 지금 어찌어찌 괜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도 그 땐 그 사람 못지 않게 지쳤었다는 생각.


생각해보면 꼬꼬마 시절 첫 연애 때 부터 지금 까지 단 한번도 이별통보를 대면하고 받아본적이 없었던거 같다.

죄다 문자로 혹은 통화로. 때로는 카톡으로. 아마 카톡이 제일 비참했던거 같다. 그래서 요즘엔 이별 통보 대행회사도 존재한다지.


"널보면 말을 못할거 같아. 미안해", "오빠 다시보면 그냥 만날거 같아", "미안해. 난 그럴 용기가 없어."

그럴 때 마다 난 나에게 일말의 미련이 남아서 그런건가라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그냥 본인이 나쁜사람이 되기 싫어서 포장하는거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됬다.


이번에 헤어진 것도 헤어지기 전에 한달정도 각자 시간을 가지자고 했었다. 나도 화가 나고 많이 힘들었기에 그러자고. 나 때문에 매일 지쳤다고 하는 그 친구에게 짜증이 나있던 참에 쏟아부었던거 같다.


그래서 평소같았으면 고개 숙이고 들어갈 상황도 자존심을 세웠던거 같다.

한달 정도는 너무나 편하고 좋았다. 구속하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 한달이 지나고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뭔가가 무서운 거였다. 그 한달이란 시간에 당신이란 사람이 너무 어색해졌고.

어쩌면 그래서 시덥지 않은 일들로 잘지내는 척 했던건지도 모른다.

동원훈련과 몇몇가지 행사때문에 두달즈음 되서야 제대로 용건을 꺼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헤어지자는 거였다.

처음 한달이 지나고 다음 한달 째에 이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너무나 사무치게 느끼고 있던 터라 충격이 좀 있었다. 잔소리가 참 그립더라.


그렇게 헤어지고 두달이 되었다.

나름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딱히 그런거 같지도 않은듯 하다.


이런 생각도 해봤다. 20살 어린이처럼 술을 진창먹고 전화를 해볼까.

하긴 전화해서 할 말도 없지만. 기껏해봐야 "자니?", "잘 지내니?" 정도 겠지.

그마저도 용기가 없어서 어쩌면 못하겠지. 공중전화나 발신자 번호제한이라던가.

아. 연락하지로 않기로 했으니 어차피 내 번호로는 못하겠구나.


안다.

질척거리고 추저분한거. 쿨하지 못하다는거.

근데 난 한번도 쿨해본적이 없는거 같다. 어떻게 모든걸 공유했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떠났는데 쿨할 수가 있는거지?


사람이 만나면 헤어지는게 당연지사라지만, 언제나 이별은 힘든거 같다.

다만...

다만... 단 하나만 바라건데... 그대도 나 때문에 아직 힘들었으면 좋겠다.

라는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겠지.

나 싫다고 간 사람이 잘 지내는건 당연지사거늘...

그녀의 말처럼. 있을 때 잘할걸 말이지. 허허.


너무나 많이 보고 싶다.

이 바보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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