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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중국국립경극원 <숴린낭>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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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활동이라고는 가벼운 연극이나 영화정도로 만족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국립극장은 여탕과 같은 존재다.

안에서 뭘 하는지 궁금하지만 들어가 볼 수 없는 결계라고나 할까?


경극이라고 하면 패왕별희밖에 모르는 나에게... (심지어 영화 패왕별희 밖에 모른다.) 한중수교 20주년 및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중국국립경극원에서 하는 오리지널 경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개인적으로 중국인을 매우매우매우 싫어하고 혐오하며 증오하고 미워하며 기피하고 꺼려하며 참을 수 없는 존재기에 챙챙챙 거리는 그 시끄러운 음악을 들을 생각이 하니 초장부터 신경이 곤두섰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요기베라가 이야기 했듯...

"How con you say this and that when this and that hasn't happened yet?"

2012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은 9월26일 27일 양일간 진행된다.



발음도 힘든 숴링낭의 뜻은 결혼할 때 폐물을 넣어가는 일종의 폐물주머니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공연은 등주(덩저우)에서 잘 나가는 설씨네의 설상령이 결혼 준비도구문제로 까딸스럽게 대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중국에서는 기린이 그려진 숴링낭을 결혼하는 딸에게 주는데 '기린아'를 낳으라는 의미로 주었다고한다.

일본에서 결혼하기전에 가다랑이포를 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가보다.


암튼 이 숴링낭에 금은보화를 넣고 시집으로 가는 도중 비가 와서 춘추정에 잠깐 쉬는도중.

같은날 시집을 가는 가난한 조수정은 설상령의 화려한 꽃가마를 보고 서러워서 운다.

이 사실을 안 설상령은 숴링낭을 조수정에게 살림에 보태쓰라고 준다.


그후 설상령은 등주에 몰아친 홍수에 집도 가족도 잃고 방황하다가 노대인 집에 유모로 들어갔는데, 노대인의 부인이 조수정이어서 복받았다는 이야기.


아주 교훈적인 이야기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도 OP가 짱. 국립극장에서도 OP가 짱.

세트와 소품이 있지만, 배우에게 집중되는 연출구도는 몰입도를 높이게 했다. 

지위와 성격에 따라 의상과 분장이 달랐는데, 매우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경극은 의자 두개와 탁자 한개로 대표되는 공연이라고 한다. 그래서 배우의 손동작과 발동작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고 세밀한 연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역할의 대부분이 여자들의 이야기라 내가 기대한 패왕별희의 초패왕처럼 우락부락한 분장을 한(마치 관우같은)배우는 없었지만 코 언저리만 하얀분장을 한 익살스런 분장도 한가지 즐거움이었다.


또한 우리나라 판소리에서 고수가 소리꾼 옆에 있듯이 무대한켠에 악단이 존재 하는 것도 참 신기했다. 덕분에 중국음악을 생으로 듣게 되었는데 생각한 것보다 신경질 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오히려 이국적인게 듣기 좋았다고 말 할 수 있겠다.


매향이나 려옥?배옥?(조수정의 몸종)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공연에 감초역활을 톡톡히 해주었다.


경극자체가 이런건지는 처음 접해봐서 모르겠으나 상당히 질~질~ 끄는 창법은 극 후반부에는 지루했을 정도니깐.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이 너무 지루해서 내가 가서 밝히고 싶을 정도였다.ㅋ

코골면서 자는 사람도 있었다니깐....


우리나라 탈춤출 때 처럼 휘날리는 소매(?)가 있었는데 감정선을 표현하거나 움직임을 표현하고 싶을 때 참 섬세하게 움직여서 '나빌레라'라는 표현이 문뜩 떠올랐다.


같은 한중수교20주년 일환인 음식물 쓰레기 같은 용산아트홀 투란도트와는 다르다... 많이 다르다... 

경극이란게 이런거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지루한 점도 없진 않지만 상당히 만족스런 공연이었다.

어떻게 같은 한중 수교20주년 공연 인데 이렇게 다를까... 


이게 뭐하자는 거냐 - 뮤지컬 투란도트


다만 저번 투란도트공연부터 자꾸 공연도중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나 많은데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누가봐도 연속되는 구간인데... 흠. 흐름이 자꾸 끊기잖아...


셔틀버스

또 셔틀버스운행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다.

과거엔 동대입구역 2번출구 태극당앞에서 운행하던 버스가 6번출구쪽으로 이전해서 과거 셔틀버스 타는 곳에 알바가 나와 친절히 설명해주는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탑승하려던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또 그런 사람을 어쩔수 없어서 태어줘서 바뀐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이 탑승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는게 어찌보면 종특이라고 할 수 있으나 국립극장까지 와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문화인이라면(내 관점에서 이런 문화활동은 최상위 문화활동이다) 지킬건 좀 지켜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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