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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아니? "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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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상대가 있다. 청첩장이 나왔는데 이여자. 사라졌다.
근데 찾을 수가 없다.
아니 누구를 찾아야되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그녀가 그녀가 아니라면....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화차의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 좀으로 보는게 맞을 듯하다.
낮은목소리로 익히 알려진 변영주감독의 작품.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끔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서 부터 풀어가야 될지 모를 정도로 꼬이거나,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일이 찾아왔을 때.
이 영화에서 차경선(김민희분)은 그러한 상상을 실제로 옮긴 인물이다.

 어려서 집안의 빚으로 인하여 결혼생활에도 실패하고 술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던 경선은 우연한 계기로 고객리스트를 얻어 자신과 같은 또래의 선영으로 변하여 살게된다.

 결혼을 앞둔 장문호(이선균분)는 은행에 있는 친구에게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선영을 찾는 과정에서 그 사람이 이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친척인 김종근(조성하분)과 같이 경선을 찾게된다.



씨발 나한테 왜이러는데 씨발 왜! 왜! 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옆에 있던 여자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비는 이렇게 억수같이 내리는데, 우산도 쓰지 않고 뭐가 그리 급했는지 그녀가 꽂고 있던 머리 핀만 덩그러니 화장실 바닥에 남겨둔 채로.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 이어 그녀가 개인파산을 했던 적이 있더라는 친구의 전화. 집으로 갔을 때 지문까지 지워가며 불이나케 도망간 현장.
안그래도 모든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제껏 내가 알던 그녀가 사실은 이름부터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문호 의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의심하고, 화가 치민다. 땅바닥에 누워 발버둥이라도 치면 이 답답함이 조금은 사라질까. "왜 나에게 이러는데!"를 외쳐도 결코 풀리지 않을 답답함이다. 그녀가 눈 앞에 나타나기 전에는. 문호는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그녀가 강선영이든 차경선이든, 함께 미래를 약속하고 사랑을 나누었던 그녀를, 그녀의 마음을. 한 번쯤은 묻고 싶었던 것이다.
"나를 사랑하기는 했니?"



나 사람아니야. 쓰레기야. 행복해지고 싶었는데...
 
 <
화차>는 뜻을 풀이하면 지옥행 불수레라고 할 수 있다.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리는 일본 전설 속의 불수레를 일컫는다고 하는데 한번 올라탄 사람은 두 번 다시 내릴 수 없다고 한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파산과 신용불량의 굴레에 헤어날 수 없었던 여자. 타인의 신분을 훔쳐 지옥 같은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었던,강선영이라는 거짓된 신분으로 살면서 아슬아슬한 경계를 걷고 있는 그녀는 행복이라는 뜬구름을 잡고 싶어 지옥행 불수레에 올라탄다.
 
 결국엔 그 불수레의 종착역은 투신으로 종결되었다.

위선의 가면이 벗겨지고 철퇴를 받는 그녀를 두고 악은 지옥으로라는 손가락질과 함께 꽃마차가 아닌 불수레를 탈 수 밖에 없었던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반전과 더불어 더 꼬을수 있는 이야기가 허무하게 풀려나갔지만, 한 여자가 악행을 저질러야 했던 과거와 현재의 미스테리한 행보를 차근차근 눈으로 쫓아가면서 왜 그래야만 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는 충분히 어필한다.



결론: 빚을 지지말자.

인생을 파멸로 이끄는 사채, 개인파산, 신용대출, 빚더미
. 영화 속 변호사의 말을 빌리자면, 다중채무를 떠안은 것은 본인에게 어떤 결함이나 단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무관심, 인간의 허영심과 실체없는 자본주의의 허상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치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화차>는 꽤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용산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후반부에서의 압권을 말하라면 대부분 '에스컬레이터 씬'을 꼽지 않을까 싶다.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임에는 틀림없었다.
다만 김민희의 감정선 연기는 조금 의아했다.

 펜션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괴물로 변한 것 같은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던 선영의 모습도,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선영이 환영을 보고나서 괴로워 비명을 지르던 모습은 방금전 에스컬레이터 씬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선영의 죄책감이 그대로 전달되어 오는 느낌이었다.
 벼랑끝에 매달린 선영이 자신을 옥죄고 있던 죄책감으로부터, 그리고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사랑했던 사람에게 안겼던 상처와 미안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끝내 비극이었다는 점은 관객에게 무력함과 먹먹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에서 35만원의 빚으로 8000만원의 빚이 되었다고 한다.
그게 이 영화의 교훈이다. 빚을 지지 말자.ㅇㅇ
 
ps. 김민희 진짜 심각하게 말랐음... 내 가슴이 김민희 가슴보다 더 클 듯.
ps2. 진해나옴. 기초교에서 야교대 가는 그 로터리. 너무 반가워서 영화관에서 소리지를 뻔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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