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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드뚝섬

나는 왜 비오는 날 임진각으로 라이딩을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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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라이딩을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초보를 환영한다는 말에 혹해서 라이딩 모임에 신청을 했는데 

비예보 때문에 폭파됐다. 

근데 나는 그걸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확인했다 ㅋㅋㅋㅋㅋ

네이버 카페 앱을 안깔았거든..

네이버에서 만드는 앱은 전부 똥이니까... 

암튼 아침부터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기는 좀 뭐하고 해서 모임 반대방향인 서쪽으로 달리기로 했다. 

그래서 좁혀진게 서쪽으로 하트코스를 돌기, 정서진으로 가기, 임진각 가기. 

하트코스는 저번주에 돌았고 정서진은 코스가 너무 심심해서 지루하고해서 그래서 임진각으로 가기로했다. 

3년 전에 26인치 7단짜리 하이브리드를 타고 길 헤메가며 90km넘게 타서 가까스로 막차타고 점프에 성공했던 그 곳.

그 때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구경도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은 구경을하러 가기로 한다. 

어차피 기상청 예보니까 비가 안 올거라 믿는다. ㅋㅋ


반포대교 남단에서 시작해 잠수교를 넘어가는데, 내 앞에 하이브리드에 트레일러를 얹고 아기를 태우고 가는 아버지가 힘겹게 잠수령을 넘고 있었다. 크 부럽다. 나도 나중에 저런 아버지가 돼야지. 그러기 위해선 자전거 타는 걸 싫어하지 않는 여자친구를 만나야겠지.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자전거에 돈쓰는 걸 이해 못하는 배우자... 예전 여자친구가 그렇긴했는데 그 땐 내가 백수였고 자전거 용품이 좀 비싸긴 하지..


반대편에서 한 외국인이 '헬로우! 하우 아 유'이러면서 인사를 건낸다. 

미국 출장갔을 때 가장 적응 안됐던게, 점마들은 가게에 물건을 사러가도 그냥 계산을 하러가도 지나가는 사람한테도 '하우 아 유' 하는 거 였다. 여기에 적응하는 게 거의 1주일은 걸린 듯. 귀국해서 한동안 나도 '하우 아 유'랑 '소리'가 입에 굳어서 민망한 적이 있기도 했다.  

뭐 암튼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런데 원효대교 쯤 지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기상청 예보가 맞았다. 제법 내리길래 양화대교 밑에서 비를 피한다. 

양화대교와 절두산 성지는 나에게 있어 추억이 많은 곳이다. 잠깐 생각에 빠지다가 비가 약해져서 출발한다. 


한강 북쪽 길을 주욱 따라가면 고양시 자전거 도로로 들어간다. 

확실히 한강 변 도로는 서울이 잘 되어있는 것 같다. 고양시로 들어서자 마자 길은 구불구불에 이곳저곳 물 웅덩이가 있어서 물이 튀기지 않게 조심히 가느라 더 피곤했다. 으으으.. 


예전에는 행주대교 즈음와서 국도를 탔던 거 같은데 자전거 길이 평화누리길인가? 그것 덕분에 연장이 됐다. 그래도 호국로(39번 국도)를 타긴해야한다. 

비가 많이 내려서 국도로 진입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걍 가기로 한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갈까말까할 땐 가고, 살까말까 할 때는 사지말라고. 갓길이 넓은 편이라 갓길로 주행하고 있었는데 전방에 깨진 소주병 발견.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밟고 펑크가 나느냐 뒤를 확인하고 차량 주행선으로 들어가느냐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후방을 봤고 다행히 차량이 없었다. 덕분에 무사통과. 


예전에는 이 길을 타고 가서 일산 호수공원이 나왔고 거기서 물이랑 양갱이랑 사먹고 길찾느라 엄청해맸었다. 덕분에 당시 여친님께서 왠일인지 나한테 애교를 부리며 빨리 돌아오라고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길로 안가고 아예 자유로 쪽으로 좌회전을 했다. 다행히 평화누리길이 나옴. 지도도 안 보고 가는거라 약간 걱정은 했는데 그래도 대충 때려맞췄다. ㅋㅋㅋ


문제는. 보급인데... 평화누리길에는 농가만 있고 편의점 같은 게 없다. 그냥 일산쪽으로 돌아가서 물보급을 할까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걍 지르기로 했다. 


다행히 달리다보니 자유로 변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었다. 자전거도 올라갈 수 있게 도로도 만들어놓고. 빵이랑 음료수를 먹고 물을 채운다. 


비를 맞고 타서 그런지 자전거가 완전 개판이다. 너무너무너무 더러워서 물티슈로 조금이나마 정리해주고 내 몸도 정리한다. 이날 처음으로 보급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평소 혼자 타기 때문에 100km 정도는 조금씩 쉬면서 물먹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근데 이날은 빵을 먹고 양갱을 하나 먹어서 그런지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다. 진짜로. ㅋ 암튼 보급을 마치고 다시 페달을 구른다. 


벗... 브라이튼310은 오토퍼즈된 사항이 브라이튼에서는 제대로 표시되지만 스트라바에 올리면 주행시간으로 들어가더라. 쳇.

이렇게 가민뽐은 다시 한 번 오고...

보급을 한다. 좀 쉬면서.

조금 달리다 보니 파주 출판도시가 나온다. 

역시 입구에서 조금 해맸다. 아니 왜 평화누리길은 이정표가 이따구냐 ㅋㅋㅋ

예전에 왔을 때는 일반도로로 달렸는데, 이번에 가보니 엄청엄청 좋은 아스팔트로 이뤄진 자전거 도로가 있었다. 

파주 사람들은 좋겠구나 생각하며 자전거를 탔다. 

출판도시, NFC, 통일동산, 헤이리까지 그냥 쭈욱 갔다. 

예전에는 약간 업힐이어서 힘들었던거 같은데 요번에는 그냥 평지 같았다.

헤이리를 지나면 약간의 업힐이 있고, (스트라바 세그먼트 이름도 임진각 첫번째 업힐이닼ㅋ) 이 고개를 넘으면 이제 씌나게 일반도로를 탈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 평화누리길 이정표가 바보 똥 멍청이라 길 찾기도 힘들고 해서 걍 일반도로로 달리기로 한다.

3년전에는 359번 지방도로로 해서 문산에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도 또 길을 잃어버렸다. 처음보는 LG 디스플레이 단지가 나오고 완만한 오르막을 계속 오르다보니 서울로 가는 이정표를 발견해서 다시 돌아간다 ㅋㅋㅋ


하지만 이게 좋은 선택이었으니, LG 디스플레이단지에서 LG 화학공장까지의 코스는 정말 기가 막히게 좋았다. 새로 생긴 공업단지라 그런지 길은 기가 막히게 잘 닦여있고 다니는 차량도 별로 없고, 업힐 다운힐이 힘들지 않게 섞여있어 지루하지도 않고. 우아아앙 진짜 재미있었다. 그렇게  문산에 도착한다.


문산에 도착해서 슈퍼에 들려 물 한병을 사며 임진각을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물으니 직진해서 가란다. 그래서 직전했다.

그랬더니 3년 전과는 다른 통일로가 나온다. 예전에는 자전거 길로 가느라 아마 반구정쪽으로 해서 갔었는데. 

이 통일로도 달리기에 참 좋은 도로다, 날씨가 아침에 꾸리꾸리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나들이를 안나와 도로에 차량이 없어서 더 좋았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임진각에 도착했다. 주행시간 3:34분 휴식시간 30분까지 해서 총 4시간 정도 걸렸다. 

임진각에서 구슬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예전에 못본 조형물도 보고 했다. 

요즘 클릿 슈즈를 사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클릿 슈즈 사면 자전거 타고가서 이렇게 돌아다니지 못하겠지?ㅠㅠ 그래도 뽐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가까스로 가민뽐을 잠재웠더니 이번에는 클릿이다. 

브라이튼310살 때 차라리 돈을 좀 더 사용해서 가민으로 갈걸 후회도 되지만, 사실 브라이튼도 내가 원하는 데이터를 다 뿜어준다. 어차피 데이터 모아도 제대로 사용못하는 나에게 브라이튼이나 가민이나 그게 그거지... 그래도 가민을 가지고 싶은건 왜 그런건지 모르겠닼ㅋㅋ


빵이랑 양갱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그런지 진짜 신기하게도 하나도 안 힘들다. 

출발 전에 안장을 좀 앞으로 뺐는데 그 덕인지 목도 안아프고. 


3년만에 다시 달린 길이다. 자전거길 찾기 귀찮아서 일반도로로 좀 많이 달려 그 때와는 다른 길이지만 감회가 새로웠다. 당시에는 90km정도 됐는데 이번에는 80km 정도 집에서 반포대교 6~7km정도를 빼면 뭐 비슷하긴 한 거같다. 

시간은 2시간 정도를 단축했고... 몸무게는 그 당시보다 20kg은 더 쪘고... 

전철이 들어오지 않는 역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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