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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대통령을 죽여라! <어쌔신>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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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씨가 연출과 배우를 동시에 맡아 화제가 되고있는 뮤지컬 어쌔신.

04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열며 국내에서 05년 09년에 무대화 했지만 흥행은 그닥 신통치 않았기에 이번 2012년 어쌔신이 더 기대가 되었다.


두산아트센터의 느낌은 좋았다. 전시품이라던지 분위기라던지.

무대의 음향시설도 좋았고 반향도 괜찮은 편이었다. 

가습기를 틀어놓아서 약간 서늘할 수도 있으니 참고할것.


어쌔신 assassins 2012

극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암살 혹은 암살기도했던 인물들의 이야기.

우리정서에 맞게 적당히 잘 각색했다는 느낌이 드는반면에 병렬적인 구조의 이야기가 너무 단편적이고 늘어져서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다.

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래는 관객에게 화두를 던지며 생각하게 하기도 했다.


존 윌크스 부스 "난 유명해지고 싶단말야"


링컨의 암살범으로 유명한 형과 아버지의 후광에 지쳐있던 인물로 잘 알려져있다.

처벌이라는 단어를 써서 스스로 미화를 시킨것에 불과한 그의 범행은 사실 지독한 자격지심과 관심병에서 나왔다고도 볼 수 있다.

죽기직전 행동의 정당성을 부여하기위해 작성한 조항들은 그저 니트에 붙어있는 먼지같은 가벼움일뿐.


개인적으로 링컨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조항에 동의를 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항상 사회의 패배자들은 그것을 국가와 환경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습성을 가졌기에 발라디어의 조롱과 비소가 나의 그것과 같았다.

뒤에 나오는 모든 암살자들은 이러한 공통점을 띈다.


쥬세피 장가라 "배알이 꼴린다고!"

이탈리아계 이미자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왔지만 실패하고 그 책임을 역시 사회에 돌린 패배자.
배운것도 없었기에 대공황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고 그 후에 계속 복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복통을 가진자들때문이라고 생각해 루즈벨트 대통령을 암살하려 하지만 애꿎은 시카고 시장만 죽이게된다.

키가 작었던 장가라가 주변인파에게 제압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한 일화.
이를 표현하는 노래도 재미있었다.

전기의자에 앉아 자신에게 관심을 달라며 울부짖는 장면은 전형적인 관심병종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긔여어 꿀꿀


찰리 귀토 "꿈을 꾸면 이루어질꺼야"

가필드 대통령을 암살한 찰리 귀토.
서류위조로 변호사로 논설인으로 활동한 과대망상증 환자.
자신이 쓴 논설로 가필드가 당선되었다고 믿고있었다.
아마 공동생활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늘 뒤쳐졌던 과거가 "난 저들과 달라"하면서 능력을 평가했던건지도 모르겠다.
행정학초기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엽관제의 영향으로 스스로 프랑스대사직을 가지고자 했지만 거절당해 암살했다. 사실 가필드대통령은 치료를 맞았던 벨의 멍청한 처리로 파상풍으로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황정민이 맡은 찰리귀토가 교수대에 올라가며 불렀던 노래.
능력과 자유는 엽관제라는 시대적상황과 묘하게 어울리며 웃프고싶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레온 촐고츠 "이게 다 네 녀석 때문이다"

폴란드 출신 이미 노동자로 친구도 가족도 별로 왕래없이 서적에만 탐독했던 무정부 주의자.
엠마골드만의 연설이후 급격히 과격노선을 선택한다.
어떻하면 빨갱이가 탄생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것 같지 않다.

결국엔 남탓만 하다가 대통령을 암살한 케이스.
개인적으로 누누히 말하지만 바꿀 능력이 없으면 닥치고 사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혁명과 폭동은 한끗차이.
혁명으로 이끌어갈 능력이 있지 못한건 발정기 난 개와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바꾸고 싶다면 스스로 바꿔라. 남탓하며 기대지 말고. 그게 바로 노예근성. 

대통령이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에 암살했다는 말로 스스로를 정당화하지만...
1901년이나 21세기나 별반 차이가 없다.

피아노소리는 피아피아해.


사무엘 비크 "대통령이 잘못해서 그래"

자신이 앓고 있던 우울증과 가난을 닉슨 대통령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비행기를 납치해 백악관에 충돌하려고 했던 인물. 계획으로만 치자면 오사마빈라덴의 교과서급.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복장을 하고 "닉슨탁핵"피켓을 들고다니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극에서도 계속해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투덜투덜.

개인적으로 매우 불쾌했던 장면이다.
극중 닉슨을 묘사하는 말로 쥐박이라던지 사대강비난이라던지 성대모사를 하며 흉내를 낸다.
누군지 말하지 알아도 다 아는 상황.
물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 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한나라의 수장을 풍자의 느낌이 들지 않는 비난을 공개적인 석상에서 했다는게 불쾌했다. 

스스로를 역사를 창조하는 선구자로 표현하긴 하지만 이 친구도 남탓+관심좀 주세열 구걸구걸모드였다.

리네트 스퀴키 프롬 & 사라 제인 무어 "내 목소리를 들어줘"

스퀴키는 히피문화의 단점과 찰리맨슨이라는 희대의 살인마의 합작품. 
연인이라고 생각하는 찰리맨슨의 무죄와 맨슨의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포드에게 겁을주었다.
탄창이 없는 총을 가지고 시도를 했기 때문에 원래 죽일 생각은 없었던 셈.

패티허티의 과격좌익사상에 매료된 무어는 현재는 후회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를 인간을 만들어주신 고딩 때 담임선생님이 서울대 학생회출신에 전교조 간부일 정도로 극렬한 분이셨는데 우리가 20살 중반즈음됬을 때 "20살 초반까지다. 그 이상 하면 안돼"라고 말씀하셧던게 갑자기 생각났다.


두 배역다 극중에서는 희극을 담당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지루해지며 늘어지는 극에 웃음으로 생기를 북돋아주었다. 


Fever!!!!


존 힝클리 "너에게 잘보이고 싶었어"

영화배우 조디포스터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녀의 출연작 <택시드라이버>처럼 레이건에 저격을 감행했다.
사춘기때 수줍은 많은 아이들이 이성에게 잘보이고는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큰 사건을 벌이는 것과 별반 차이없는 유아기적행동이라고 볼 수있다.

빗나간 사랑이라고 밖에. 사실 극중에서도 별 비중도 없고 노래도 잘 안들려서 모르겠다.


리 하비 오스왈드 "역사에 남겨진다"

잘알려진 케네디 암살범.
8명의 대통령암살범이 나와서 대통령 암살에 대한 당위성과 정당성을 설명하며 그들 스스로를 역사의 흐름이라고 자평한다. 
시저를 죽인 부르터스의 일화는 일견 수긍이 갈정도.
현실에서는 잭루비에게 살해당하지만 극중에서는 저격신을 마지막으로 종료가된다.

불만투성이인 좌익분자와 자격지심에 찌든 패바자들의 역사 주인공놀이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다.
마지막 아메리카드림을 뜻하는 듯한 가사와 그들의 노래는 극의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과는 상반되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듯하다.

이날 만석을 기록했다. 황정민의 티켓파워?


어쌔신. 볼만한 뮤지컬이다.

전체적으로 만족한 뮤지컬이었다.
배우도, 무대도 만족스러웠고 음향시설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관객매너도 흔치않게 매우좋았다.
원작이 토니상 5관왕에 빛나기 때문에 극 자체만으로도 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착착입에 감기는 노래와 대사는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극의 후반부에 가면 병렬적으로 너무 나열되어 지루한 감을 주기도 하니 참고할것.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에서
2012년 11월 20일부터 2013년 2월 3일까지 공연을 한다.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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